주가 8.7% 뚝… 25만7000원 마감

자사주 소각 등 시장 기대 못 미쳐

소각시 금산법 '10% 한도' 걸려

'억대 성과급' 주주들 불만도 작용

AI가 그린 일러스트.
AI가 그린 일러스트.

삼성전자가 국내 상장사 사상 최대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거꾸로 갔다. 24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인 21일 종가 대비 8.70%나 내려간 25만7000원에 마감했다.

최대 110조원이라는 역대급 숫자도 수억대 성과급으로 높아진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주주환원 규모를 150조원 안팎으로 추정한 바 있다.

지금 삼성전자의 상황은 주주환원의 '덫'에 걸린 모양새다.

주가 하락은 소액주주들이 주도했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지난 20일부터 3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유지했지만 개인 주주들이 워낙 많이 팔았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기대감에 못 미쳤다는 평가와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뒤로 미룬 것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제시할 당시에는 주가가 하루 만에 12.73%나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21일 내놓은 주주환원 규모는 최대 110조원으로 기존 최대였던 2020년(20조3000억원)의 5배 수준이었다. 당시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올해 주주환원 규모가 14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선반영됐지만 실제는 기대치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는 (기대에)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 환원'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지 못한 이유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따른 '10%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산법 24조는 '금산분리' 원칙의 대표적 규정 중 하나로,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회사의 지분을 합산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만약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보통주 10% 이상을 보유하면 사실상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간주돼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합산이 딱 10.0%로 규제 상한선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모수가 줄면서 삼성생명·화재의 지분율이 자동으로 10%를 초과하는 '비자발적 위반'이 발생한다.

이 룰을 지키려면 삼성 금융계열사들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비율에 맞춰줘야 한다. 하지만 위 계열사 주주들은 고액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소각하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조만간 내놓을 추가 주주환원도 자사주 소각보단 배당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논리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월 확정될 잔여주주환원 약 70조원 중 상당 부분은 배당으로 집행될 전망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금액은 10조~20조원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1.67%, 보통주 기준·이하 6월말 기준)를 비롯해 모친인 홍라희 여사(1.25%), 이부진 사장(0.71%), 이서현 사장(0.78%) 등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수익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SK스퀘어(20.5%)가 최대주주로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의 지분은 없다.

일각에서는 인당 평균 수억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에 대한 성과급도 주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350조원을 기록할 경우 이 중 10.5%인 36조원 이상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데, 이를 자사주 소각에 활용하면 주주 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배경이 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결정에도 시장이 냉담한 것은 구체적인 집행 방식과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라며 "가능한 범위에서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고 집행 시점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진·강민성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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