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걷힌 추가·초과 세수를 모아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금 규모는 내년에 최소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활용해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재원 플랫폼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옳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기금의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면 우려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국가재정법상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액의 20% 범위 내에서 국회의 사전 승인 없이 정부 재량으로 변경해 쓸 수 있다. 100조원 이상의 기금이라면 정부가 국회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돈이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는 나랏돈(예산)이면서도 국회의 엄격한 통제와 심사를 우회하는 법적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다. 야당과 학계를 중심으로 이 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이나 ‘우회적 비자금 주머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는 이유다.

정부는 청년 등 4대 분야로 용도를 제한해 선심성 현금 살포는 불가능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명목만 그럴싸하게 붙이면 ‘청년 참여소득’이나 ‘지방 기본소득’ 같은 변형된 형태의 보편적 퍼주기 사업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타깃으로 돈풀기를 감행하더라도, 사후 결산 외에는 국회가 이를 제지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 없다. 대한민국의 국가채무는 2026년 예산 기준 1414조원이다.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겨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예상보다 세금이 더 걷혔다면 일부라도 나랏빚을 갚아 재정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나라살림의 정석이다. 그런데도 남는 돈을 모두 기금에 집어넣고 정부 재량권만 키우겠다는 것은 재정 원칙에도 어긋난다. 재정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이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는 편법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철저한 검증과 보완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회 패싱을 막기 위해 정부의 자체 변경 재량 비율을 5% 미만으로 대폭 축소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지출 변경은 반드시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 돈의 성격도 소모성·현금성 경비에는 원천적으로 쓸 수 없도록 대못을 박아야 한다. 여기엔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기금이라도 통제 장치 없이 정부의 쌈지돈으로 허용하는 것은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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