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정부가 용산공원 용지에 아파트 건설 방침을 밝히면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여·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용산기지내 공원 부지에 청년·신혼부부·다주택가구를 위한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오는 26일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개정해 서울 도심인 용산에 적어도 2만세대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주택용지 활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용산공원이 주택공급 대상지로 거론되는 이유는 한마디로 국가 소유 토지이기 때문이다. 도심 토지를 이용하면서도 토지 구입 가격이 건설 원가에서 빠지게 된다. 재개발 등에서 필요한 주민동의 과정도 생략되어 속도감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장점도 있다. 용산공원 내 주택공급 계획은 지난 1월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1만호 건설 계획과 궤를 같이 한다. 정부는 서울시와의 6000호 주택공급이라는 당초 합의를 번복하고 1만호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도심내 주택공급 한계에 부딪히자 용산 공공용지 개발에 무임승차를 꾀하는 것이다.

용산공원을 마냥 ‘공짜’ 땅으로만 볼 수는 없다. 용산은 근·현대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130년간 용산 토지는 일반 주민들의 접근을 불허하는 민간인 출입 통제지역이었다.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의 주둔을 시작으로, 청일전쟁 이후 일본군의 주둔지로,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점유하였다. 주둔 권리를 그들끼리 이어받으면서 외국군은 주민과의 큰 마찰 없이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머물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서울의 난개발속에서도 300만㎡(약 90만평)의 토지가 고층 건물 없이 보존되어 왔다.

용산공원은 20년 전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토지활용 방안이 적극 모색되기 시작했다. 개발보다는 보존에 방점이 찍혔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특별법을 제정, 민족성·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휴식 공간 및 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용산공원의 본체 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을 하지 못하도록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 어린이 정원 30만㎡를 개방할 때에도 ‘임시 개방’임을 밝혔다.

용산공원에 이렇다 할 건물이 없으니 이곳에 아파트를 짓자는 주장은 얼마 전 황희 민주당 의원의 ‘버스하우스’의 제안과 일맥상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스하우스는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한 직장인과 학생들이 대형버스를 개조하여 공공도로, 주차장에 세워놓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공공의 땅을 사용하면서 주택개조 비용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와 주차장 이용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용산공원 개발 역시 비슷하다. 얼핏 당장은 비용이 들지 않는,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토지 이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이용해야 할 자산을 일부 선택받은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가 점유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더구나 해당 부지는 거저로 얻은 땅이 아니다. 경기도 평택의 대추리·도두리 일대의 농토 285만평을 미군과 맞바꾼 땅이다.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되는 토지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반드시 이곳에 건설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청년세대와 신혼부부를 위한다면 차라리 대학가 주변과 서울 외곽 주택 부지의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더 큰 문제는 용산공원의 훼손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열어 놓는다는 사실이다. 개발지로 거론되는 어린이정원의 면적은 30만㎡으로 전체 공원면적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 주택 개발이 이뤄지면 면적 확대는 불가피하다. 경사길 효과(Slippery effect)가 발생하게 된다. 즉,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갖가지 이유로 조금씩 공원 부지를 헐어서 주택을 건설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외국군의 주둔으로 보존되었던 공원 부지가 정부 주도 난개발을 맞이하게 된다.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쉬운 일”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서울 집값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국정수행 지지율, 특히 20·30세대의 지지율은 급격하게 하락중이다. 정부가 몇 차례 공급 정책을 발표했으나 시장은 시큰둥하다. 그렇다고 미래 서울의 허파가 될 곳을 민심 달래기용으로 꺼내 사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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