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규철 지자연 지구환경연구본부장, “지하수, 국가 전략 수자원으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여러 관정 연계한 지하수 활용 체계 필요

지자연, 관정연계시스템(WNS) 플랫폼 구축 및 AI 기반 지하수 정밀 탐사 강화

하규철 지자연 지구환경연구본부장.
하규철 지자연 지구환경연구본부장.

“매년 잦아지는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 해소와 반도체·데이터센터·원자력 등 첨단 전략산업에 필요한 용수 확보를 위해 ‘지하수’를 전략적 수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때입니다.”

하규철(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본부장은 최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하수를 기후위기와 첨단산업 대전환 시대의 새로운 용수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이같이 말했다.

30년 가까이 지하수를 연구해 온 하 본부장은 최근 경남지역 일대의 심각한 가뭄을 언급하며 “한반도 가뭄은 과거와 달리 지역에 따라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규모와 강도가 강력해지고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국가적 재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광주·전남, 2025년에는 강릉에 이어 올해는 창녕·양산 등 경남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극심한 가뭄이 동시에 발생해 심각한 물부족을 겪었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이런 가뭄 현상은 더욱 빈번해지고 장기화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 2050년까지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뭄의 심도는 20∼30% 심화되고, 발생 빈도도 현재보다 1.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남부지역의 봄 가뭄과 극한 강수 간의 시간차가 벌어지면서 가뭄 심화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하수 활용한 다양한 수자원 확보 ‘시급’

중장기적인 가뭄 대비를 위해선 주요 용수원인 지표수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지하수와 연계한 전략적 수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이에 기반한 다양한 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하 본부장은 강조했다.

지하수는 강수량 변동에 영향을 덜 받아 가뭄 시 안정적인 물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저장 용량이 크고 물의 질이 좋으며 인프라 구축 비용이 지표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점이 있다.

그는 “가뭄이 발생하면 하천, 저수지가 말라 지하수를 사용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별로 없다”며 “지하수는 땅 속에 저장돼 있어 가뭄에 영향을 덜 받아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최근 들어 그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하수 활용 중요성을 지적했다.

국내 지하수는 주로 생활용과 농·어업용으로 개발·이용되고 있으며, 개발 가능량 대비 이용량은 22% 수준으로 향후 활용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지하수를 보다 많이 활용해 가뭄 해소를 위한 전략적 수자원으로 효용 가치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 본부장은 “작년 강릉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반면 인근 속초는 워터페스티벌을 할 정도로 물이 남아 돌았다. 이런 차이는 지하수를 수자원으로 활용했는지 여부에서 갈렸다”고 설명했다.

하 본부장은 지난해 8월 강릉 가뭄 때 단기간 내 5개 지하수 관정을 찾아 하루 3000톤 규모의 식수를 확보, 물 부족 해소에 기여했다.

당시 지질자원연이 자체 제작한 수문지질도에 기반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하수 조사·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해 약 1만명의 강릉 시민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지하수를 공급했다.

그는 “미국, 인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많은 국가들이 가뭄 해소에 지하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지하수는 공공자원이라는 인식 전환과 함께 100% 지하수로 물을 자급자족하는 시범마을 조성 등 정부 차원의 선제적 투자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유용한 수자원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관정을 연계해 물의 배분과 교환을 최적으로 운영하는  ‘관정연계시스템’(WNS) 개념도. 지자연 제공.
여러 관정을 연계해 물의 배분과 교환을 최적으로 운영하는 ‘관정연계시스템’(WNS) 개념도. 지자연 제공.

◇지하수, 반도체·데이터센터·원자력 등 첨단산업 용수 ‘대안’

하 본부장은 지하수가 가뭄 해소뿐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과 AI데이터센터, 원자력 등 첨단 산업의 새로운 수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에 용수부족 논란이 제기된 바 있었다.

그는 “광주 지역은 지표수 단일 수원에 용수를 의존하고 있어 지난 2023년 가뭄 때 제한급수에 들어갈 정도로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지하수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산강 일대에는 시설재배 농가들이 약 2000여개의 관정을 뚫어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하 본부장은 자체 개발한 ‘관정연계시스템’(WNS)을 이 곳에 적용하면 지하수를 반도체 용수로 쓸 수 있다고 봤다.

WNS는 이미 개발된 관정 중 물이 많은 지역과 물이 부족한 지역 간에 지하수를 상호 교환해 가뭄 상황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축한 시스템이다.

하규철 지자연 지구환경연구본부장.
하규철 지자연 지구환경연구본부장.

하 본부장은 “관정들을 상호 연계하면 여러 관정에서 나오는 물을 동시에 조정할 수 있어 지하수 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광주공항 일대의 관정을 WNS로 구축하면 지하수를 활용한 수원 다변화와 가뭄·물 수요 급증 시 지하수를 통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질자원연은 WNS를 기반으로 최적의 지하수를 공급하기 위한 의사결정시스템인 ‘웹 기반 WNS 플랫폼’으로 개발, 충남 홍성지역에서 실증을 통해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하수는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AI데이터센터 구축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신규 건설과 대형 상용원전 추가 증설 등 첨단 산업의 냉각 용수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고 그는 제언했다.

하 본부장은 “데이터센터나 원전에서 냉각 용도로 쓴 방출수를 인공함양 방식으로 지하에 저장한 후 열과 수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수를 기후위기와 첨단산업 시대의 전략적 주요 수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국가적 물 관리 혁신이 필요하다”며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지하수 탐사 기술 개발, 지하수와 지표수를 통합 관리하는 연계 시스템 구축, 지하수의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한 과학적 탐사·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준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