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최태원 비공개 만찬…24일 정의선·26일 이재용 조율
삼성·SK ‘생산 축’에 현대차·LG ‘수요 축’ 묶은 원팀 구상
800조원 국내 투자 집행하는 4대 그룹 총수 만나 실행 점검
美상무장관 생산 압박 속 국내외 투자·통상 현안 복합 조율
이재명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한 데 이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잇달아 개별 회동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K의 '반도체 생산 축'에 현대차·LG의 '미래차·로봇 등 수요·응용 축'을 결합해 '인공지능(AI)·반도체 원팀'의 전열을 가다듬고 투자 실행력을 점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3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최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은 확인하기 어렵다"며 공식 확인을 피했으나, 재계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글로벌 공급망 현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24일 정 회장, 26일 이 회장과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아직 일정이 알려지지 않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별도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예정된 일정이 성사될 경우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이후 약 한 달 만에 핵심 재계 총수들을 다시 개별적으로 조우하게 된다.이번 연쇄회동의 방점은 '반도체 원팀'의 시너지 극대화와 실질적 생태계 구현에 찍혀 있다.이 원팀은 생산과 수요의 결합을 뼈대로 한다. 생산 주체인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AI 반도체 공급망의 심장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거대 수요처이자 실증 무대로 현대차와 LG가 합류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로봇(피지컬 AI) 분야에서, LG는 AI데이터센터 냉각 설비와 전장·배터리 분야에서 융합한다.
반도체 생산을 시작으로 데이터센터를 거쳐 미래 모빌리티와 스마트 공장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밸류체인이 네 그룹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 강력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총액 기준 재계 1∼4위 그룹 총수를 콕 집어 만나는 이유도 명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막대한 자본 배치를 결정하고 투자를 실제 집행하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네 그룹은 한미 관세협상 이후 5년 안팎에 걸쳐 국내에 8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제시한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패 역시 이들의 투자 속도에 달렸다. 샌프란시스코 서밋에서 도출된 9500억달러 규모의 빅테크 공급·파운드리 협력을 구체화하고, 호남권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 추가 구축을 위한 전력·용수 확보 등 정부 차원의 인프라 지원 현안도 산적해 있다.
최근 고조되는 대미 투자 압박과 통상 불확실성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최근 삼성과 SK에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국내 팹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서, 미국의 현지 생산 청구서와 관세 장벽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섣부른 확대 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대미 전략투자 1호 후보로 반도체를 논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은 만큼, 섣부른 대미 투자 합의보다는 다각적인 해법 모색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관계자는 "정부의 전방위적 인프라·세제 지원과 4대 그룹의 국내외 투자전략을 하나의 패키지로 정교하게 조율하는 것이 이번 '원팀 재정비'의 최종 목표가 될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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