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가 법인주택 조사… "42% 사적 사용"
자녀에겐 한강뷰 아파트… 직원용 콘도 독점
임차사택 사용자 신고 의무화 4년째 공회전
임광현 "고강도 세무조사… 유학비용도 점검"
회삿돈으로 사주 자녀가 살 20억원대 고급아파트를 샀다. 사주의 개인 별장은 회사 연수원으로 둔갑했다. 일부 오너의 일탈로 치부됐던 '회삿돈으로 회장님 집 마련'이 고가 법인주택 첫 전수점검 결과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만연한 관행으로 드러났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23일 공개한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 실태를 뚜렷이 보여준다.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 법인주택 2639채 중 1097채(41.6%)가 사주 일가 거주 등 사적 용도로 파악됐다. 정상적인 임대용 1157채와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수치다.
사적 사용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20억원을 넘었다. 30억원 초과 453채, 100억원 초과 12채였고 최고가는 200억원을 웃돌았다. 연매출 수십억원 중소기업부터 수십조원 대기업까지 포함됐다. 강남·용산 '한강뷰' 아파트를 자녀에게 내주고, 직원 복지 명목의 100억원대 콘도를 오너 일가만 독점하기도 했다. 다주택 규제를 피하려 개인 주택을 법인에 넘긴 꼼수도 있었다.
이런 '황제 사택'은 조세회피로 이어진다. 정상적인 직원 사택은 복리후생으로 인정되지만 출자 임원과 친족이 공짜나 헐값에 살면 취급이 달라진다. 회사가 마땅히 받을 임대료를 법인 소득에 더하고 유지·관리비는 비용에서 뺀다. 사주가 얻은 주거 이익도 상여·배당 등으로 간주해 과세한다. 사택 위장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동시에 줄이는 '이중누수' 구조다.
회삿돈 유용은 집값에서 멈추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달 사주가 법인 소유 고가 주상복합에 15년 넘게 무상 거주한 사례를 공개했다. 올해 법인세 검증에서는 회사가 사주 일가의 임차주택 전세보증금과 유지비를 대납하고도 세무조정을 거치지 않아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밝혀진 42%가 법인 사택의 전모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공시가 9억원 또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은 애초에 점검 대상 밖이었다. 무엇보다 법인이 빌려 사주에게 내준 '임차사택'은 등기에 법인 이름조차 남지 않는 짙은 사각지대다. 세법(법인세법 시행령 50조)에 과세 근거는 명확하지만, 법인세 신고 때 실제 거주자와 사주의 관계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는 없다.
국세청은 2022년 3월부터 임차주택 사용자 명세서 제출 의무화를 건의해왔다. 올해도 재차 요청했지만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과 후속 입법예고안에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고가 보유주택은 샅샅이 훑으면서도 꼼수 임차사택을 걸러낼 '제도적 눈'은 4년째 공백인 셈이다.
다만 1097채 모두 당장 탈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향후 임대료 지급과 비용처리 내역 등을 개별 검증하는 등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범위도 고급 콘도를 넘어 회장 자녀의 해외 사택 무상 제공과 유학비 지원 등으로 넓힌다.
임 청장은 "원천징수로 세금을 한 푼도 빠짐없이 납부하고, 사무실에서는 사무용품 하나도 통제받는 봉급생활자 입장에서는 사주의 법인자산 사적 유용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가 확인된 법인의 성실도 전반에 대한 엄정한 세무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첫 반부패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대대적 보유 부담 강화를 주문했다.
세종=송신용·김윤정 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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