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시간 월 45시간 → 100시간

美 무제한… 대만·유럽 유연관리

韓 정부는 부처간 상반된 메시지

정반대 행보에 경쟁력 저하 우려

반도체와 조선 등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일본 정부가 근로시간 규제를 확 풀었다. 미국은 성인의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대만은 2017년 반도체 관련 기업 등은 '주 40시간 근무'의 예외를 적용하는 근로법을 제정, 산업현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관리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단체협약을 전제로 1년에서 3년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호남 반도체 공장과 같은 메가특구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규제를 완화하는 노동특례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마저도 정부여당 내부에서 엇박자가 나오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면 첨단 제조업에서 한국이 일본 등 경쟁국들을 따라잡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호남 반도체와 같은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그에 걸맞은 과감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다음달부터 노동기준감독서의 잔업 감축 지도 방침을 완화하기로 했다.

일본은 현재 법정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두고 연장근로를 원칙적으로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제한한다. 다만 노사 합의로 특별 조항을 마련한 기업은 일정 요건 충족 시 월 100시간 미만의 시간 외 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새 지도 방침의 골자다.

이번 조치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등 경제계의 요구가 반영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취임 이후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대신 특별 조항을 둔 기업에 노동자의 건강 보호 조치를 의무화하기로 하는 보완책도 마련했다.

일본은 장기간 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제도를 강화했으나 최근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맞물려 다시 유연화되는 흐름이다. 라피더스 등을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조선업 지원을 확대하면서 산업 현장의 인력 활용 방식도 손질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노동시간 규제는 좀처럼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면제)과 유연근무시간제 등 다양한 형태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고, 같은 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계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고 연구개발(R&D)·전문직과 스타트업 핵심 인력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아직 진척 사항은 없다.

김동희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일본은 지금도 월 단위로 45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데 이를 100시간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한국의 주 52시간은 주 12시간만 연장이 가능한 것이라서 (일본과)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침대에 맞춰 신체를 자르는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에 비유하면서 "주 52시간제가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기업과 근로자가 제도에 맞춰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과로사회로 규정하고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왔지만,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와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임재섭 기자 ishsy@dt.co.kr

챗GTP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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