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고 이해찬 전 총리가 안장된 세종시 은하수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고 이해찬 전 총리가 안장된 세종시 은하수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20일 당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정을 좌우하는 거대 여당의 신임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부동산 문제 해결이나 민생 입법이 아닌, 사법부 수장의 사퇴 압박을 첫 카드로 꺼내 든 것이다. 김 대표는 전일엔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미 탄핵당했어야 마땅하다”며 대법원장의 직함을 떼고 ‘조희대씨’라 부르기도 했다. 이는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을 또다시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고, 거리의 선동 정치로 사법부를 길들이겠다는 반(反)헌법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법치 파괴’니 ‘내란 공범’이니 하는 거친 언사로 사퇴를 압박하는 이유는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과 사전 협의하는 관례를 깨고 서면으로 후보를 제청, 대통령을 패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인사 협의를 위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민정수석실과 협의하에 서면 제청이라는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대법관 후보에 대한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의견 불일치가 핵심 이유였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아 사실 관계는 좀 더 들여다 봐야겠지만,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제청 권한을 절차에 따라 진행했음에도 서면 제청을 이유로 사법부 수장을 몰아세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데도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이나 자진 사퇴를 거론하는 것은 사법부를 발밑에 두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 당내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선명성을 과시하기 위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탄핵을 추진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니, 전국을 현수막으로 도배해 여론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우회 전술을 택한 것 역시 얄팍한 정략으로 비칠 수 있다.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판결이나 인사 행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수당의 권력으로 대법원장을 흔들어 대는 행태는 법치국가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또다시 ‘사법 개혁’을 집권 2년이 넘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최우선 순위로 하려는 건가. 김민석 대표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사법 압박 정치를 즉각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사법부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시도는 결국 국민적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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