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관가와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2005년 1차 이후 21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이번 이전은 수도권 내 350여 기관의 지방 배치가 핵심이다. 정부는 ‘서울 잔류 최소화’를 기본 방향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 등의 지방 이전 발표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노조는 지방 이전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집단행동 움직임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부 역시 왜 이런 반발이 나오는지 따져봐야할 것이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에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정책 방향 자체는 옳다. 문제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다. 산업연구원(KIET)이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고 그마저 단기간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은 일반 공공기관과 다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회사와 감독기관, 정부 부처, 국회 등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물리적 거리 확대가 업무 효율과 금융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관별 기능과 산업 생태계, 이전 비용과 편익을 따져 옮길 곳과 남길 곳을 가려야함이 마땅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 일정에 쫓긴 속도전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선거 때마다 지역 표심을 겨냥한 단골 공약으로 등장해왔다. 수십 년간 국가 경쟁력과 지역 발전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정치 일정에 맞춰 결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는 몇 개 기관을 어느 지역으로 보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지역에 일자리와 기업, 인재가 모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 ‘몇 곳 이전’이라는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성과와 한계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균형 발전은 주소를 옮긴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 일정에 쫓기지 말고 국가 경쟁력이라는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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