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 보유" 처음 공개

비핵화 목표 질문엔 "그 얘긴 말하고 싶지 않다" 즉답 피해

안규백 "80~120개"… 전문가 "추가 핵탄두 생산 중단 설득"

김여정 "연합훈련 축소 훙미 못느껴… 두 정상 관계는 훌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57개'로 처음 공개하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비핵화가 대화의 목표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 대화의 초점이 '비핵화'에서 '핵탄두 수와 추가 생산능력 제한'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정은은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지만, 그는 이미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연내에 만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대면 회담을 추진하도록 참모진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관계를 재개하려는 목표가 여전히 북한 비핵화인가'라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김정은은 바이든이나 오바마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를 좋아한다"며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보유는 기정사실화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답변은 회피한 셈이다.

이러한 기류는 트럼프 행정부 수뇌부 전반에서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집권 2기 취임일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불렀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각각 '핵보유국', '핵무장한 북한'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지난 5월과 6월 잇따라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 정부의 기존 공식 입장을 재확인한 것과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7개'의 정확한 산출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식 추정치를 발표하지 않는다.

민간 연구기관의 분석을 보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연감에서 북한이 조립한 핵탄두를 약 60기, 추가로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최소 30기 분량으로 추정했다.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2024년 기준 조립 핵탄두 약 50기, 최대 생산 가능량을 90기로 평가했다.

우리 군 당국의 추정치는 이보다 많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핵무기 수에 대해 "보통 80∼120개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민간 연구기관들의 추정치일 뿐 우리 군이 공식 확인한 숫자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수치 언급이 향후 대북 협상의 방향 전환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57이라는 매우 정확한 수치는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며 "이는 핵무기 전면 해체보다는 보유한 핵분열 물질을 추가 핵탄두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북한 역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9일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정상 간 소통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다만 "우리 국가수반이 트럼프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갖고 있다"며 두 정상 간의 관계 자체는 "훌륭하다"고 평가해 대화의 여지는 남겼다.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공식 핵보유국은 1967년 이전 핵무기를 제조·폭발시킨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NPT상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부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핵탄두 수를 구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군비 통제 협상에 나선다면, 향후 북미 대화는 '완전한 핵 폐기'보다는 '핵탄두 및 미사일 동결·제한'을 다루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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