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수도 루사카의 한 노점에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잠비아 수도 루사카의 한 노점에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야당 탄압 논란 속에 잠비아의 하카인데 히칠레마 현 대통령이 재선됐습니다. 히칠레마 대통령은 경제 회복 성과를 앞세워 다시 한번 국민의 선택을 받았지만 권력 집중, 야권 탄압 등의 논란으로 두 번째 임기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됐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잠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이른 시간 기준으로 현 대통령인 히칠레마 후보가 약 500만표 중 296만5326표를 확보해, 야당 지도자 브라이언 문두빌레(185만6217표)를 꺾고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잠비아 대선에서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되려면 과반 득표를 해야 합니다. 선관위의 당선 확정 발표 당시 득표율은 히칠레마 당선인이 61.4%, 차점자인 문두빌레 후보는 약 38%였습니다.

히칠레마 대통령은 당선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성명서에서 “우리의 상대편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더 선호한 분들께 말씀드린다. 우리는 당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우리가 진행중인 개발로 모든 잠비아인들이 혜택을 받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선거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투표는 지난 13일 실시됐지만 일부 선거관리 요원이 공격당하고 투표용지가 도난당하면서 선관위가 이튿날 개표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개표가 지연되면서 선거 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특히 투표 당일 밤 벌어진 야당 인사 무더기 체포가 논란을 키웠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잠비아 경찰은 한 주택을 급습해 야당 주요 정치인을 포함한 11명을 무장봉기 모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졌습니다. NYT에 따르면 문두빌레 후보도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체포되지는 않았습니다.

문두빌레 후보는 당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야권을 겨냥한 혐의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는 폭력을 지지하지 않으며 헌법 질서를 전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체포된 트레버 음왐바 성공회 주교의 가족은 주교가 체포된 이후 적어도 이틀 동안 그의 소재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제사회의 평가도 대체로 비판적이었습니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국제 참관단은 선거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평가했으나 전반적으로 선거 과정이 기본적 자유가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EU 참관단 단장인 마이클 맥나마라는 “막판 법률 개정, 법적 불확실성, 불평등한 선거운동 환경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왜곡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일부 참관단은 폭력 관련 민원이 2021년 대선 때보다 줄어드는 등 이번 선거가 비교적 원활히 진행됐다고 강조했습니다.

1962년생인 히칠레마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 정치인입니다. 잠비아 대학에서 경제학·경영학 학사를, 영국 버밍엄 대학교에서 재정 및 경영 전략 MBA를 받았습니다. 회계·컨설팅 분야에서 활동하며 재산을 일군 뒤 정계에 뛰어들었고 2021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5년 전 집권할 때는 ‘개혁가’로서 기대를 모았으나 집권 후와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권력 집중, 반대 의견 억압 등이 제기되면서 평판이 훼손됐습니다.

이번에 히칠레마 대통령의 재선을 이끈 가장 큰 힘은 경제였습니다. 잠비아는 세계적인 구리 생산국으로 광업이 경제의 핵심을 차지합니다. 그는 구리 등 광업 부문의 회복과 대규모 국가부채 구조조정, 환율 안정, 물가 억제 등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습니다. 오랜 경제난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경제 안정에 대한 기대가 야권 탄압 논란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에게 이번 승리는 더 무거운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 회복의 성과를 이어가는 동시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야권 탄압과 민주주의 후퇴 우려를 불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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