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켐, 촉각 전자피부로 진출

대동, 농업용 휴머노이드 개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로봇 ‘RB-Y1’ [레인보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로봇 ‘RB-Y1’ [레인보우로보틱스]

#반세기 동안 자동차 시트 가죽을 만들던 50년 업력의 피혁기업이 미국 딥테크를 인수해 로봇의 손과 몸체에 들어가는 ‘촉각 전자피부’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다.

#70년 넘게 트랙터와 경운기를 만들던 전통 농기계 명가는 심각한 농촌 인력난을 해결하겠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잡고 작물 수확까지 수행하는 농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애그로이드’를 온실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전통 제조업체들이 인공지능(AI) 기술과 물리적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피지컬 AI’의 핵심 주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시장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19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에서 피지컬 AI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전통 제조사들의 로봇 핵심 밸류체인 진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화면 속 텍스트와 이미지에 머물던 생성형 AI를 로봇,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물리적 하드웨어에 결합해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곳은 피혁 전문 기업 유니켐이다. 유니켐은 미국 뉴욕 소재 유연 전자 딥테크 기업 루미아 테크놀로지스 지분 100%를 85억74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촉각 소재 시장에 진출했다. 신사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거래일 주가는 상한가(4550원)까지 치솟았다. 루미아는 초박형 전자회로 구조인 ‘루미아 전자층(LEL)’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죽이나 섬유 내부에 얇고 유연한 전자회로층을 결합해 소재 자체에 센싱과 데이터 전달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로봇 손과 그리퍼는 물론 휴머노이드 외피 전체를 전자피부(e-Skin)로 만들어 정교한 촉각 센싱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메타와 아마존 로보틱스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촉각센싱 컨소시엄 ‘HAND ERC’에도 소속돼 있다.

유니켐은 반세기 동안 축적한 피혁 가공 및 품질관리 역량에 루미아의 유연 전자 기술을 접목해 휴머노이드 로봇용 촉각센서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피지컬 AI가 실세계에서 물체를 정교하게 조작하려면 압력·온도·마찰 등을 감지하는 촉각센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1위 농기계 제조기업인 대동 역시 ‘농업 피지컬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동은 농기계 시장 침체 속에서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671억원, 영업이익 412억원을 거두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도 844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탄탄한 본업을 바탕으로 대동은 올해를 ‘AI·로보틱스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잡았다.

양사는 농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애그로이드(AGROID)’ 공동 개발을 추진해 최근 1차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토마토 수확 등 실제 현장 실증에 착수했다.

애그로이드는 대동의 온실 특화 자율주행 하부 플랫폼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양팔형 휴머노이드 상체를 결합한 모델이다. 농작업 AI와 정밀 제어 로봇팔 기술을 융합해 예찰·적엽·수확·운반 등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대동은 오는 2028년 전남에 조성되는 4세대 AI 온실에 애그로이드를 투입해 농촌 인력난을 해소할 로봇 상용화를 본격 검증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피지컬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자체 개발한 에이전틱 운영체제(OS)를 소방로봇에 탑재하며 로봇 제어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고, 씨이랩은 엔비디아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로봇의 물리적 행동을 사전 학습시키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증권가에서도 피지컬 AI를 둘러싼 전통 제조업의 밸류체인 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피지컬 AI와 AI 인프라 협력이 구체화될수록 관련 기업 및 밸류체인 전반의 재평가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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