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무용평론가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위기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손꼽힌다. 수도권은 과밀화로 인한 부작용이 즐비하고, 지방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점차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이 화두다. 문화예술 역시 지역과 매개된 정책 수립이 관건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와 연계된 지역문화 활성화 정책은 크게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지역의 문화생태계 자립, 기본권으로서의 문화향유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전국무용제가 소환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전국무용제는 1992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춤의 해’에 즈음하여 창설된 행사다. 창설 첫해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과 한국무용협회(현 대한무용협회)가 공동주최했다. 범 무용인이 참여하는 ‘춤의 해’ 조직위원회가 운영을 맡았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지정사업으로 대한무용협회가 주최한다.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한무용협회를 콕 집어서 지원하기 때문에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국무용제에 대한 부정 여론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행사의 정체성 문제다. 지역무용 활성화를 표방한 전국무용제는 그 성격이 점차 모호해졌다. 결정적으로 2026년 제35회 전국무용제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치러진다. 지역문화 격차해소를 표방한 행사의 정체성과 거리가 멀다.

둘째, 사업의 저조한 성과이다. 전국무용제는 예술위 문예진흥기금과 지자체 지방비 매칭으로 충당된다. 지난 30여년 간 250억~3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행사의 편익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지역의 무용 발전은커녕 황폐화 내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셋째, 예산집행의 불투명성이다. 매년 약 1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전국무용제에 지원됨에도 정산 및 회계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지원예산도 대한무용협회에서 일괄 집행하기 때문에 지역무용인들의 불만과 소외감은 극에 달한 형국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우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정 사업에서 공모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 대한무용협회 독점운영에서 범 무용인이 참여하는 별도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사를 맡게 한다거나, 아르코창작음악제와 같이 예술위가 주최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한편, 과감한 발상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에는 17개 광역문화재단을 비롯 120~140개에 달하는 기초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공공기관 및 지자체로 전국무용제를 이양하는 방안은 어떤가. 여기엔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지역 중심의 자율성과 맞춤형 기획을 강화할 수 있다. 전국무용제가 열리는 해당 지역의 역사, 인물, 무형자산 등 고유의 인프라와 콘텐츠에 기반한 차별화된 창의적 행사 설계가 용이해진다.

나아가 단순 일회성 경연제를 지양하고 지역의 중장기 무용예술 진흥·육성 및 관광·축제 정책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침체된 지역무용 생태계를 복구하고 지역무용인의 자립기반을 조성하는데 긍정적이다. 현지 무용인들의 참여 비율을 높이고, 지역 무용예술 생태계의 자립성과 경쟁력 확보에도 효과적이다. 지역사정에 밝은 공공기관이 전국무용제 운영 거점이 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웠던 지역의 청년무용가 또는 창작단체를 발굴, 지원하고 나아가 그들에게 지속가능한 활동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역 공공기관이 전국무용제를 주관할 때 얻는 이점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공정한 운영체계 구축 및 행정의 효율성과 더불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작금의 전국무용제는 지역무용 활성화라는 창설 당시 철학과 정체성에서 적잖이 벗어나 있다. 막대한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전국무용제는 이제 지역으로 돌려줘야 할 때다. ‘지역 살리기’에 매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에 역행하는 전국무용제가 돼서는 안 된다. 지역의 무용을 보다 튼실히 살찌우고 화려하게 꽃피우는 전국무용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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