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대기자
청년 주택 앞세워 국가공원 훼손
생명 지키는 ‘수호숲’, 모두의 것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을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황당하다 못해 희극적이기까지 해서다. ‘용산공원 아파트’는 ‘김윤덕의 짤막한 소극(笑劇)’ 또는 ‘김윤덕의 작은 소란’쯤으로 결말이 날 것이라고 본다. 그런 발상은 ‘세상 밖의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실성하지 않는 한 그걸 받아들일 일은 없다.
용산공원에 왜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되는지, 왜 그 땅을 그대로 놔두든 숲으로 만들든 인공물이 들어서지 말아야 하는지는 일일이 말로 표현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미 귀 따갑게 들었을 터이다.
도시는 우리 삶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도시화율은 2025년 기준 92.1%다. 국민 절대 다수가 도시에서 산다. 그리고 현 시각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는 약 2800만명(주민등록상 수도권 인구 2611만명, 장기체류등록 외국인 128만명, 일시적 입국 및 미등록 체류자 약 60만명, 행안부와 법무부 출입국 통계)이 부대끼며 살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군데군데 산이 있지만, 생활 터전과 떨어져 있다. 문 열고 나가면 마주하는 녹지가 절대 필요하다. 서울은 그 점에서 절대 열악하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도보 생활권 공원 면적(북한산 등 산악지역 미포함)은 1인당 5.7㎡에 불과하다. 런던은 33.4㎡, 뉴욕 14.7㎡, 파리 10.7㎡, 베이징 15.7㎡에 달한다. 도쿄가 서울보다 조금 적은 4.5㎡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도시민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원 면적을 9.0㎡로 권장한다.
도시 내 녹지 공간은 단지 나무가 서있는, 비어있는 곳이 아니다. 도시민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터전이 돼주는 공간이다. 녹지 확대가 시민의 건강, 우울감, 그리고 자살률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이화여대·부산대 공동 연구팀이 2025년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녹지가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우울증 환자는 녹지가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에 비해 자살 시도 위험이 21%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명적인 자살 시도의 경우는 약 27%나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도심 거주자가 주당 일정 시간 이상 녹지 공간에 머물거나 접근할 때, 현대 도시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불안장애 및 기분장애 발병률이 대폭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어, 주당 최소 30분 이상 야외 녹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전체 인구 집단의 우울증 유병률을 최대 7%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도시 녹지는 생명을 지키는 방어벽인 셈이다.
서울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숨 쉴 공간이 더 필요하다. 도시의 풀과 나무는 생명을 지켜주는 백신이다. 생명과 아파트, 뭐가 중한가. 아파트는 그야말로 일시적 필요에서 절박하지만 도시 숲은 항구적으로 절박하다.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도 인공물을 재구조화하고 녹지를 확충하는 것이 거대한 흐름이다. 수평으로 넓히는 대신 초고층 수직화(Vertical City)를 통해 여유 부지에 녹지를 들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높이기 위한 고밀화가 현대 도시정책의 핵심(하버드대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져 교수)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의 낙후지역을 각종 규제로 방치한 채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진행 및 관리 중인 주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구역은 253개 구역(전체 소규모 정비 포함 시 약 690곳)이나 된다. 사업 완료 시 기존 멸실 분을 제외하고도 약 8만7000가구의 주택이 순증(추가 공급)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용산공원을 뒤엎고 정부가 짓겠다는 아파트가 최대 2만가구라고 하는데, 그 4배가 넘는다. 재개발 재건축을 옥죄고 있는 규제만 풀어도 용산공원에 지으려는 아파트보다 몇 배가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다. 서울에 땅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다.
산과 강, 평원이 조화로운 서울은 최고의 입지로 찬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도시정책만 받쳐주면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다. 최근 서울의 위상은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4월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하나 나왔다. 글로벌 문화·여행 전문 매체 ‘타임아웃’(TimeOut)이 발표한 ‘2026년 세계 최고의 도시’에 따르면, ‘걷고 싶은 도시’ 부문에서 93%의 만족도를 기록하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공동 1위에 올랐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보다 훨씬 앞섰다. 여기에는 박원순 전 시장의 작품인 7017길과 광화문 광장 숲, 이명박 시장 재직 시의 청계천 복원 등이 크게 기여했다. 용산공원이 남산과 한강으로 이어지면 서울 시민, 수도권 주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뉴욕 센트럴파크를 넘을 수 있는 ‘조커’가 될 수 있다.
김윤덕 장관과 정책입안자들은 성동구 서울숲을 한번 가보시기 바란다. 하나의 ‘그림’이다. 그 중 팔 할이 2030세대요 가족, 연인들이다. 서울숲을 갈아엎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용산공원은 아직 일반인의 발길을 막고 있어서, 그 소중함을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용산공원이 서울 숲 이상이 될 터인데, 그들에게 청년 신혼부부용 아파트라는 달콤한 말을 해도 과연 용산공원을 뒤엎고 아파트를 짓는다면 찬성할까. 만약 아파트가 지어져 거기 들어가 산다 해도 국민의 ‘허파’를 파헤쳐 지은 집에서 산다는 죄의식을 갖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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