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대법원장, 靑과 사전 협의 없이 대법관 후보 2인 서면 제청

與 "사법농단" 반발… 대법원장 탄핵 추진 및 법사위 출석 요구

단독 가결 의석 보유했지만 헌법 위배나 직무상 위법 입증 부담

2028년 대법관 26명 증원 앞두고 인사 주도권 놓고 정면충돌

대법관 인선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카드를 수면 위로 꺼내 들면서 입법·행정부와 사법부 간 정면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헌법상 보장된 제청권을 앞세워 청와대와 합의되지 않은 대법관 후보의 서면 제청을 강행하자, 민주당은 사법부 수장 탄핵이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집권 여당의 공세와는 달리 대법관 임명동의안 국회 송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인준 칼자루를 쥔 민주당 모두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정치적 손실이 불가피한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의전 갈등이 아닌 헌법상 권한이 완충지대 없이 맞붙은 결과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 임명을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으로 철저히 분산해 놓았다.

그간 사전에 후보를 조율하고 대면으로 제청하는 관례가 기관 간 파국을 막아왔으나, 사전 합의나 대면 보고는 법적 의무가 아니다. 대통령의 제청 거부권이나 동의안 제출 시한 역시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관례가 깨지자 세 헌법기관의 권한 경계가 날 것 그대로 부딪힌 셈이다.

여당 지도부는 대법원장 탄핵을 공식화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인 조희대 씨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원래대로면 이미 탄핵됐어야 마땅하다"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법기술원장', 이번 제청을 '사법농단'으로 규정하며 사법개혁 착수를 선언했다. 지난 10일 당대표 후보 시절 내걸었던 탄핵 추진 공약이 취임 이틀 만에 지도부 공식 의제로 올라온 것이다.

물리적인 탄핵 요건은 의석수만 놓고 보면 당장이라도 가시권에 있다. 지난 3월 범여권 추진 모임 당시 의원 112명이 서명해 발의 요건(재적 3분의 1)을 넘겼고, 6월 재보궐선거 이후 161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당론만 정하면 가결선(재적 과반)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다만 서면 제청이라는 절차적 관례 위반만으로는 직무상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사유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이 즉각적인 발의에는 선을 그으며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충돌의 발단은 지난 18일 이뤄진 독자적 제청이다. 조 대법원장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9월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청했다. 청와대와 사전 협의가 이뤄진 김 후보와 달리 손 후보는 최종 합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1일 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 이후 제청까지 무려 209일이 걸렸고, 3월 3일 노 전 대법관 퇴임일부터 양 끝 날짜를 포함해 대법관 공석 169일째에 내려진 결정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민주당이 수용하기 싫으면서도 인물 자체를 문제 삼아 거부하기는 힘든 카드를 내세워 당정의 퇴로를 좁혔다고 보고 있다.

손 후보는 비서울대 출신의 영남 지역법관으로, 여권이 옹호해 온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 대구지법원장에 올랐다. 김 후보 역시 비서울대 출신으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선개입 사건 항소심 주심을 맡아 실형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두 후보 모두 정치색이 옅은 정통 법관으로 뚜렷한 결격 사유를 찾기 어렵다.

이로 인해 당정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면, 민주당은 인물 검증 명분 없이 '대통령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절차 문제만을 이유로 부결시켜야 한다. 이 경우 거대 여당이 괘씸죄로 흠결 없는 후보를 떨어뜨렸다는 비판과 함께 대법관 장기 공백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국회는 즉각 물리력 행사에 나섰다. 국회 법사위는 19일 범여권 주도로 조 대법원장에게 당일 오후 출석을 요구하는 안을 재석 14명 중 찬성 10명, 반대 4명으로 의결하며 제청 경위 설명과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에 출석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서면 제청은)청와대 민정수석과 협의해서 정한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노 처장은 후보 4명에게 전화를 건 사실에 대해서도 사퇴 압박이 아니라 추천 절차를 새로 시작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 청취였다고 피력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근길 질문에 "수고 많으십니다"라고만 답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 훼손 프레임으로 당정을 겨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의 핵심 권한"이라며 "대법원장 탄핵을 한번 시도해 보라. 국민이 반드시 이 정권을 탄핵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삼권분립 파괴의 마지막 금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충돌은 2028년으로 예정된 대법관 대규모 증원과 맞물려 있다. 개정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정원은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 이 대통령은 정상 임기를 기준으로 신규 증원 12명과 정기 퇴임에 따른 후임 10명 등 총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22명 중 대법원장 후임을 제외한 21명은 모두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장의 2석 인선 결과가 향후 사법부 대규모 재편 과정의 인사 주도권과 규칙을 정할 첫 선례가 되는 구조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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