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는 서울 전역에 폭염이 와도 직사광선을 피해 그늘 아래로 걸을 수 있는 보행 환경이 조성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그늘보행권을 서울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늘보행권은 시민이 이동하는 동안 끊김 없이 그늘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개념이다. 시는 2026∼202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이동 중 그늘 확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2025년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815명 가운데 31.4%가 길에서 온열질환을 겪었다.
서울시가 보도 7만7029곳, 4031㎞를 대상으로 건물과 가로수가 만드는 그늘과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 서울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 시간은 하루 4시간 21분이었다. 전체 보도 구간의 27.6%는 하루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됐다.
서울 보도의 평균 그늘 비율은 44.4%였고 건물이 만드는 그늘이 29.2%, 가로수 그늘이 15.2%를 차지했다.
시는 이번 분석을 토대로 그늘이 필요한 곳을 찾아 장소 여건에 맞게 그늘을 조성하고, 시민의 일상 동선을 따라 끊김 없이 잇는 3단계 전략으로 그늘길을 만든다.
우선 햇빛 노출 시간과 실제 시민 보행 동선을 분석해 그늘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역을 선별한다.
햇빛이 강한 곳뿐 아니라 보행자가 많거나 고령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이 많은 곳, 야외 대기 시간이 긴 곳 등이 대상이다.
장소 특성에 따라 그늘을 만드는 방식도 달리한다. 식재가 가능한 곳에는 가로수를 심어 자연 그늘을 확보하고,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계절형 차양과 캐노피, 소규모 쉼터 등을 설치한다.
이렇게 확보한 그늘이 주거지에서 지하철역,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등 주요 생활시설까지 이어지도록 조성한다.
기존 녹지와 그늘 시설도 적극 활용한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1315곳에 82만㎡ 규모의 정원을 조성했고 고정형·스마트형 그늘막 약 5000개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개별적으로 조성된 정원과 그늘막 등을 시민의 실제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연결해 '그늘길'로 만든다.
그늘보행권은 개별 시설 설치를 넘어 서울의 도시계획 원칙에도 반영된다. 시는 그늘보행권을 서울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생활가로·여가가로·활력가로를 조성하는 350개 보행일상중심에 생활권 그늘길을 함께 계획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지구단위계획과 정비사업, 공공건축사업에도 보행 그늘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건물이나 도로를 새로 만들 때부터 그늘이 확보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민간 개발사업 참여도 끌어낸다. 민간이 보행 그늘 시설을 설치하면 개발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개발사업 과정에서 확보하는 공공기여를 그늘 조성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업 효과를 측정할 평가체계도 마련한다. 그늘 면적과 지속 시간, 연결 정도 등을 분석하는 '보행그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그늘 조성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다른 지역에 그늘을 확대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시민 발걸음이 많지만 그늘이 부족한 생활가로 10곳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이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 등을 측정해 사업 효과를 검증한 뒤 2028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그늘 확충과 함께 햇빛과 열을 반사해 건물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Cool Roof) 적용도 확대한다.
오 시장은 "그늘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시설을 조성하고 생활권마다 끊김 없이 연결해 누구나 여름에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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