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새 25.9조원 늘어…19분기 만에 최대폭

한은 "3분기 기타대출 증가세 안정될 것"

우리나라 가계신용(빚)이 석 달 새 25조9000억원 불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주택 거래 증가로 주택관련대출이 늘어난 데다 주식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까지 이례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문제는 가계 빚이 이미 큰 폭 불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높이고 은행권도 대출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출 여력이 확대되면서 가계 빚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 빚 2019.8조원…19분기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가폭은 1분기 14조800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며 2021년 3분기(34조8000억원) 이후 19분기 만에 가장 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9조8000억원 늘어 증가율은 3.6%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금융사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카드 결제 전 사용액 등 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인 가계부채 지표다. 전체 가계신용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4조9000억원 늘었다. 1분기 증가폭인 13조4000억원보다 11조5000억원 확대됐다. 가계대출 증가폭 역시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다.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과 기타대출이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동반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등을 포함한 주택관련대출 잔액은 1190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2조2000억원 늘었다. 1분기 증가폭인 8조1000억원보다 4조원 이상 커졌다.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과거 분양된 주택의 집단대출 수요가 이어진 영향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3월 2만7000호에서 4월 2만8000호, 5월 2만9000호, 6월 3만호로 증가했다.

김성준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설명회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에 거래하려는 수요로 2분기 주택 매매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며 "기존에 분양된 주택의 집단대출 수요도 주택관련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랐다. 2분기 기타대출 잔액은 700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증가폭인 5조4000억원의 두 배를 웃돌며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주택관련대출 증가액을 웃돈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주택관련대출은 17조6000억원, 기타대출은 23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번 기타대출 확대에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2분기까지 이어진 주식시장 상승세를 타고 신용대출 등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기타대출은 예금은행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를 중심으로 늘었다"며 "주식시장이 2분기까지 좋았기 때문에 주식 투자 수요와 관련한 자금으로 보고 있다. 기존 규모나 과거 추세에 비춰보면 이번 신용대출 증가는 다소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은행권 대출 13.3조원 반등…"기타대출 안정세 찾을 것"

대출 창구별로는 1분기에 감소했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반등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22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3조3000억원 늘었다. 1분기 2000억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택관련대출 증가폭이 3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확대됐고, 기타대출도 6000억원 감소에서 6조5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반면 상호금융·신협·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1분기 8조2000억원에서 2분기 3조1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비은행권 주택관련대출 증가액이 같은 기간 10조6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김 팀장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2분기 감독당국과 정부의 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은 주택 매매거래량 증가와 기존 분양 물량의 집단대출 등이 반영되면서 기관별로 차이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험사와 증권사, 주택금융공사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8조6000억원 늘어 1분기 증가폭인 5조5000억원보다 확대됐다. 기타대출 증가폭은 8조4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기금의 정책대출이 늘면서 주택관련대출이 2조9000억원 감소에서 1조8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카드 결제 전 사용액 등을 의미하는 판매신용 잔액은 128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9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1분기 1조4000억원보다 축소됐다.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1분기 204조7000억원에서 2분기 208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확대되면서 여신전문회사의 판매신용이 1조원 증가했지만 백화점과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의 판매신용은 1000억원 감소했다.

한은은 2분기 이례적으로 확대된 기타대출 증가세가 3분기에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도 둔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팀장은 "3분기 들어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고 불확실성도 높아졌다"며 "2분기처럼 신용대출 등을 활용한 대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타대출도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는 향후 가계 빚 증가세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이주비 대출 등을 고려해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전체 금융권의 신규 대출 여력은 약 30조원 , 5대 은행은 약 7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도 대출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월부터 중단했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20일부터 재개한다. 정부의 총량 규제 완화 이후 나온 첫 은행권 정책 변경으로, 다른 은행들도 총량 목표 조정 결과에 따라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한은은 총량 규제 완화가 실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재건축·재개발은 빠르게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어서 이주비 대출이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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