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브런슨, UFS 축소안 협의

中왕이 19일 방한·20일 李대통령 예방

북핵·대만·전작권 의제 산적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앞세워 한미 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한 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국방부를 찾아 후속 협의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9일 방한하면서 청와대가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구상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8일 국방부를 방문해 진행 중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의 축소 방안을 협의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비용과 한국의 이란 비핵화 동참 거부를 거론하면서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고, 김 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반응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의 방문 여부와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17일 시작된 UFS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한국군 1만8000여명과 미군 및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병력이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이미 시작된 연습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야외기동훈련과 지휘소연습 가운데 어떤 부분이 조정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UFS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완전운용능력 평가도 포함돼 있다. 연습 축소 범위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청와대는 연합방위태세와 연합연습 문제를 미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그동안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해 왔다. 지난 5월에는 중국의 관점에서 한국이 “아시아 중심에 있는 단검”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대북 억제뿐 아니라 대중국 견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한 우려를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 중국도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분명히 선을 넘었다”며 한국과 주한미군을 중국을 겨냥한 전진기지로 규정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2025년 9월 조현 장관과 왕이 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년 9월 조현 장관과 왕이 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왕이 부장은 우리나라를 방문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20일에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왕이 부장의 방한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이후 중국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찾는 첫 사례다.

한중 회담에서는 양국관계와 북핵·한반도 정세, 서해 구조물, 대만해협 문제가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중국과도 고위급 교류를 재개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할 방침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미 연합연습이 한반도 긴장을 높인다며 중단이나 축소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습 축소 지시는 결과만 놓고 보면 중국이 주장해 온 방향과 맞닿아 있다. 왕이 부장이 이번 방한에서 UFS와 북미 대화 재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언급할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 대해서는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과 북한 지도자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UFS와 연계된 정부 연습에 대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특정한 상대를 적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훈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동시에 “강력한 동맹은 안보의 기반을 더 단단하게 하고, 우리 자체 역량을 강화하면 동맹으로서 대한민국의 가치와 필요성도 커진다”며 임기 내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주문했다. 북미 대화 재개는 지원하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국의 군사적 주도권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직접 대화와 중국의 한반도 역할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청와대는 북미 대화, 한미동맹, 한중관계를 함께 조율해야 한다. 왕이 부장과 이 대통령의 회담에서는 중국의 북핵 입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연습 축소 지시에 대한 평가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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