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세종시에만 ‘길 과장’·‘길 국장’이 있는 건 아니다. 혁신도시로 옮겨간 공공기관 임직원 또한 국회 출석과 회의·부처 보고 때문에 현지에서 서울이나 세종을 자주 오가야 한다. 최근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를 앞두고 추가 이전이 이뤄지면 장거리 출장과 출퇴근 부담이 이만 저만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1차 이전으로 지방행(行)을 한 공공기관들은 이미 경험한 터다.
350개가 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350여 개 공공기관과 소속 기관을 대상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수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기관의 목록을 만들면서 지방으로 옮겨갈 경우 효과와 문제점 등 득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공기관 이전 시즌2가 막을 올린 셈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지난 6월 “가능하면 8월, 늦어도 9월까지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께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치전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유치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대대적인 도민 서명 운동을 전개해 읍소에 나서거나 압박하는 식이다. 단체장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니 사활을 건 유치전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의 총력전은 학습 효과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옛 광주광역시는 1차 이전으로 지방세입 6172억원을 비롯 지역인재 채용 4083명, 기업 1171곳 입주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합동 집회를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이전 정책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집단행동의 신호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전 압박에 시달려온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찬진 원장이 “공사판(금융권) 현장감독이 어디를 가겠다는 것이냐”라는 취지의 언급을 해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향후 조직이 어디에 자리 잡느냐를 놓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인 공공기관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사실 수도권에 남는 게 득이 되거나 균형 발전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 효과가 미미한 기관을 내려 보낼 이유는 없다.
이재명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밀어붙일 태세지만 1차 이전을 반면교사 삼는 게 절실하다. 153곳이 지방으로 옮겨가며 2019년 마무리된 1차 사업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쪼개 배치한 이른바 ‘나눠먹기’로 자원이 분산돼 국가 경쟁력에 별다른 도움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교통과 교육, 주거, 의료 등 자족기능이 떨어지면서 이전 기관들은 아직도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차 이전 때처럼 공공기관들을 닭 모이 흩뿌리듯 지방 곳곳에 기계적으로 배분해선 안 될 일이다. 그렇다고 ‘선택과 집중’이 만능일까. 국가 자원의 분산을 막으면서 균형발전과 국가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려면 기준과 원칙이 중요하다. 5극3특 정책은 물론 3대 메가 프로젝트와 7대 시드 프로젝트 같은 산업정책을 고려하고, 광역 지자체 행정통합과도 긴밀히 연계해야 할 사안이라는 의미다. 특히 정치적 논리에 따른 안배나 배려는 절대 금물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간 유치전 격화와 대상 기관의 죽고살기 식 반발에 부딪히면서 또다시 반쪽 프로젝트로 전락하고 만다.
세종본부장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