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9세로 유럽 군주 가운데 최고령인 하랄 5세(사진) 노르웨이 국왕이 또 입원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지만 왕좌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36년째 왕위를 지키고 있는 노(老)국왕의 건강 문제가 다시 노르웨이 왕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하랄 5세는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돼 쉽게 피곤해지고 숨이 차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용혈성 빈혈을 앓고 있습니다. 왕실은 하랄 5세가 최근 몇 주 동안 코르티손 호르몬 치료로 체액이 쌓여 입원이 필요하다며 2주 병가 기간 호콘(53) 왕세자가 섭정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랄 5세는 2024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현지 병원에 입원해 심장박동기 이식 수술을 받았지요. 올해 2월에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휴가를 갔다가 피부 감염과 탈수증으로 또 현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2003년에는 방광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느라 호콘 왕세자가 넉 달간 직무를 대행했습니다. 2005년에는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또 수술을 받는 등 건강 문제가 계속 생겨 담배도 끊고 업무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37년 2월생인 하랄 5세는 선왕 올라프 5세가 서거한 1991년 왕위를 이어받아 36년째 재위 중입니다.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결혼도 평민 출신과 했지요. 당시 왕실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면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뜻까지 밝혔었지요. 그래서 ‘국민의 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이렇게 하랄 5세 자신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최근 왕실 가족 스캔들에 골치를 앓았습니다. 며느리 메테마리트(52) 왕세자빈은 미국인 성착취 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 교류한 정황이 드러나 눈총을 샀습니다. 메테마리트의 아들 마리우스 보르그 회이뷔(29)는 성폭행 4건을 포함해 30가지 넘는 범죄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은 비슷한 시기 폐섬유증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회이뷔는 메테마리트가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낳은 뒤 음악축제에서 만난 호콘 왕세자와 2001년 결혼할 때까지 미혼모로 키우던 자식입니다. 이 때문에 각각 왕위 계승 서열 2·3위인 잉리 알렉산드라(22) 공주, 스베레 망누스(20) 왕자와 달리 국왕이 되지 못합니다.
하랄 5세는 오랫동안 건강 문제로 고생하면서도 의회에서 ‘평생 서약’을 했다며 호콘 왕세자에게 국왕 자리를 넘기고 퇴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89세 노국왕이 언제까지 왕좌를 지킬지 노르웨이 국민의 시선이 다시 왕궁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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