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기 국채금리 5.31%…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

40조달러 육박한 공공부채에 이자 부담 눈덩이… 악순환 강화

AI 기업들까지 회사채 쏟아내며 국채와 장기 투자 자금 경쟁

日·英·中 등 전통적인 해외 수요 약화… 재정 신뢰 회복 시급

미국 재무부 청사.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 청사.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이란전쟁 비용까지 겹친 가운데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미국 정부가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17일(현지시간) 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5.31%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 13일 미 재무부가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 30년물 입찰에서도 발행금리가 5.22%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인 TLT도 직격탄을 맞았다. 17일 81.35달러로 0.84% 하락해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TLT의 급락은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40조달러(약 5경6480조원)라는 부채 규모도 문제지만 이를 감당해야 할 재정 여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는 7월까지 누적으로 이미 전년도 연간 적자 1조7750억달러를 넘어섰다. 피치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6~2027년 국내총생산(GDP)의 7.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방비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과의 전쟁으로 군사비와 무기 보충비용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부족한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채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기존 부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기 때문에 ‘빚으로 이자를 갚고,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강화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도 장기금리 상승의 새로운 변수다. 아마존·알파벳 등 빅테크들과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하면서 국채와 기업채가 장기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빅테크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시장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회사채가 투자자금을 흡수할 경우 재무부의 장기채 발행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미 국채의 전통적인 해외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6월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1160억달러로 한 달 전보다 2.3% 감소했고, 영국도 9399억달러로 1% 줄었다. 중국의 보유액은 6334억달러로 전월보다 4%,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감소했다.

특히 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자국 채권을 선호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최대 해외 보유국인 일본의 자금 흐름 변화는 장기 국채 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은 이제 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금리 결정만으로 장기금리를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고용과 소매판매 부진으로 단기 금리 인상 압력은 다소 낮아졌지만, 장기금리는 오히려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인플레이션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30년물 금리 5.31%가 국가의 장기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FT 역시 최근 미국이 30년물 국채를 5.22%라는 2001년 이후 최고 금리에 발행한 것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부채와 재정정책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결국 해법은 국채 발행을 줄일 수 있을 만큼 재정적자를 낮추는 데 있다. 하지만 감세와 국방비 확대, 이란전쟁 비용이라는 상충하는 지출·세입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무위험 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국 국채가 높은 금리를 요구받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백악관에 보내는 시장의 엄중한 경고음이라는 분석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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