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장관 吳 시장 회동·본회의

어린이정원 개발땐 별도 입법

미군기지 전체반환시기 미정

국유지 권한 vs 인허가 기싸움

김용범 정책실장(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김용범 정책실장(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닥치고 공급’을 위해 개발될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한 서울 도심의 ‘허파’로 남을 것인가.”

서울 용산공원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시장의 단독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관련 법안 처리도 강행될 것으로 보여 이번 주가 용산 개발을 둘러싼 논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주택 공급 대 국가공원 보존’이라는 단선적 구도로 보이지만, 이면을 해부하면 도심 국유지를 활용해 공공주택 순증 물량을 쥐어짜려는 집권여당과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공급 중심에 두려는 서울시의 권력 투쟁이 도사리고 있다.

둘은 도시계획 결정권과 주택난의 정치적 책임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갈등은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스란히 노출됐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용산공원 아파트 건설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도심 녹지를 훼손할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부동산 정책 기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직언했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오 시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다만 용산이 부동산 공급대책의 핵심인 건 분명하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8·13 주택 대책의 공식 발표문에는 ‘용산 카드’가 없었지만 대책 발표 당일 하준경 청와대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굉장히 넓은 땅인데 이용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며 활용 논의를 제안했고, 이튿날 김 장관이 “어린이정원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며 판을 키웠다.

당정의 계산법은 명확하다. 서울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용산은 기존 주택 철거와 원주민 이주 없이 주택 재고를 순증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카드다. 국유지 특성상 토지 매입 부담이 없고, 광화문·여의도·강남권과 인접한 핵심지에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를 대량 공급해 전월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주택 업계는 반환된 어린이정원(약 30만㎡)만 활용해도 개발 밀도에 따라 5000~1만가구, 청년·신혼부부 전용 기본주택으로 소형 고밀 개발할 경우 용적률 500~600%를 적용해 최대 2만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서울시는 ‘마지막 도심 녹지 사수’를 외치며 배수진을 쳤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을 보존해 도심 숲으로 만드는 것은 여야, 보수·진보 구분 없이 2007년 특별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도시계획의 원칙”이라며 20년 가까이 지켜온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서울의 도보 생활권 공원 면적이 1인당 5.7㎡에 불과한 상황에서 남산과 한강을 잇는 녹지축 단절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다.

관할인 용산구 역시 강력 반대 입장을 냈고, 일부 주민들은 어린이정원 앞에 근조 화환 수백 개를 세우며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공급 계획과 시내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당장의 목표를 채우기 위한 땜질 처방을 비판했다.

양측의 입장을 냉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법적 성격과 물리적 시간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약 300만㎡인 용산공원조성지구 중 타깃이 된 어린이정원(약 30만㎡)은 공원 본체부지로 현행법상 공원 외 용도변경이 전면 금지돼 있다. 반면 4만8399㎡ 규모의 캠프킴은 주변 복합시설조성지구이며, 약 46만㎡인 국제업무지구(옛 철도정비창) 역시 공원 본체와 분리된 별개의 공간이다.

18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부근에 주택공급 반대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부근에 주택공급 반대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실제 공급 효과와 시점에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미군기지의 전체 반환 시점조차 미정인 데다, 정부의 공식 종합기본계획상 공원 개원 일정은 완전 반환 이후 조사·정화, 설계와 공사를 거쳐 ‘N+7년’으로 설정돼 있다. 2020년 반환된 캠프킴조차 오염 정화 탓에 착공 목표가 2029년으로 잡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용산 카드가 당장의 주택난을 끌어낼 단기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거론되는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에 반환 부지의 환경관리 의무화와 공원 조성 계획 수립 절차를 담고 있지만 가장 핵심인 제4조 제2항의 ‘본체부지 전체 공원화’ 조항은 건드리지 않는다. 즉,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어린이정원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별도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정부와 여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법률 개정을 밀어붙이더라도, 교통·학교·상하수도 등 필수 도시계획 인허가권이라는 실질적 칼자루는 서울시가 쥐고 있다. 용산 개발을 위해서는 집권여당과 서울시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20일 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을 기점으로 국제업무지구나 캠프킴 등 기존 부지의 용적률을 상향하는 선에서 절충안이 도출될지, 아니면 오는 23일 김민석 민주당 대표 주재 당정협의회를 거치며 전면적인 입법 대결과 행정권 충돌로 치달을지가 향후 부동산 정국의 최대 뇌관이 될 전망이다.

김윤정·박순원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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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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