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실질적 기여’서 구체화… 트럼프 불만 달래기 포석
트럼프 “한국 사양했다”며 헤그세스 장관에 한미훈련 축소 지시
靑 “국내법 절차 감안 논의 중”… 해상초계기·군수지원함 등 투입 검토
정부가 17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과 관련해 “군사적 기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을 사양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자, 기존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에서 군사적 기여 의지를 한 단계 구체화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7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관련해 “정부는 이란에서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왔다”며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감안해 실질적, 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가 공식 답변에서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해 ‘군사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의 구체적 의미는 명확하지 않으나, 청와대는 미국이 지속해서 요구해 온 호르무즈 해협 기여 방안으로 이를 갈음해 답변한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17일 이 대통령이 5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화상 회의에서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줄곧 이 표현을 고수해 왔다. ‘실질적 기여’는 외교적·군사적·인도적 조치를 총망라한 개념으로 특정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다양한 옵션을 열어둔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특히 군사적 기여의 경우 한국군 장병의 안전 문제, 이란전 개입 논란, 외교적 마찰 등 여러 위험성이 상존해 정부 입장에서는 최후의 수단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에 군함 파병을 요청해 왔지만, 정부는 공개적인 언급을 피하며 실질적 기여를 검토하겠다는 선에서 방어해 왔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가 ‘군사적 기여 방안’을 꺼내든 배경에는 방위비와 파병 문제로 쏟아진 미국의 노골적인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서 한국과의 연합훈련 비용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에게 연합연습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동맹국인 한국이 비용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고 중동 사태 기여에도 소극적이라며 일방적으로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군사적 기여’라는 표현으로 의지를 강조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미측과 기여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감안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해외 파병을 위해서는 국회로부터 파병동의안을 의결받아야 하며, 군 당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화 등 선제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군 당국은 미측과 협의하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기뢰탐지장비 등 투입 가능한 군 자산 리스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연습 축소 지시 발언이 나온 17일은 전구급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첫날이다. 군 당국은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훈련 축소 요구가 전달된 바 없으며, 연합연습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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