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부동산은 타이밍을 잘 맞췄는데, 주식은 왜 이 모양일까?”

직장인 황병수(49) 씨는 요즘 주식 계좌를 열 때마다 한숨을 쉰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나름대로 성공적이다. 미국발 고금리 충격으로 집값이 급락했던 2023년 봄, 그는 서울 아파트를 발 빠르게 매수했다. 이후 시장이 회복하면서 수억 원대의 잠재 수익이 생겼다. 스스로를 투자 고수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그는 최근 주식 붐에 맞춰 본격적으로 증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스피의 거친 급락장을 피하지 못하고 큰 손실을 입었다.

황 씨는 부동산 성공은 자신의 안목 덕분이고, 주식 손실은 단순히 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렇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그의 희비를 가른 것은 투자 실력이 아니라 매수 시점이 가져다준 행운이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독일의 투자전략가 롤프 도벨리는 ‘초심자의 행운’을 경계한다. 첫 도박이나 초기 투자에서 얻은 달콤한 성공은 사람을 과신에 빠뜨린다. 한두 번의 성공을 비범한 능력 때문이라 믿는 순간 판돈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일격을 맞는다. 시장의 거대한 물결을 타고 번 돈을 제 실력으로 오인하는 순간, 위험 관리는 뒷전으로 밀린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실력과 운을 구분하는 것이다. 잔재주로 한두 번 성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투자 성과에는 언제나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개입한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원인이 모두 자신의 안목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옛말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표현이 있다. 성과물의 70%는 운이고 기술은 30%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복칠운삼’(福七運三)이라는 말도 한다. 복이 70%, 운이 30%라는 것이다. 과학적인 공식은 아니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실력에 취해 오만해지지 말라는 경고다.

부동산을 둘러싼 금융 환경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이 앞으로 두 차례 정도 더 기준금리(현재 연 2.75%)를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고 이자 부담은 커진다. 금융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자산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기에는 투자에 우호적인 순풍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금리가 오른다고 집값이 곧바로 급락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의 영향은 누적돼야 나타난다. 그렇더라도 금리 인상기에는 살얼음판을 걷듯 보수적인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

요즘 부동산은 빠르게 투자 자산화·금융 상품화되고 있다. 정보가 퍼지는 속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공포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집단사고와 군집행동이 일반화한 시장에선 대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극단적 상황이 찾아온다.

‘집값은 오를 것이다’, ‘주식은 다시 반등할 것이다’라는 예측에 매달리기보다 예상이 틀렸을 때 어떻게 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운을 피할 수는 없다. 운이란 결국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우연성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연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쁜 우연이 닥쳤을 때 치명상을 피하는 것이다.

현재의 부동산과 주식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시장을 확신에 차서 예측하는 사람이 있다. 빈 깡통이 요란한 법이다. 미래를 큰소리로 단정할수록 오히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때로 어처구니없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는다. 반대로 별다른 실력 없이도 운 좋게 큰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후자를 실력이라고 믿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과신하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의 뜻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미래를 맞히려 애쓰기보다 틀렸을 때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한다. 불확실한 시대의 가장 확실한 투자법은 예측이 아니다. 실수와 우연을 견딜 수 있도록 자산을 설계하는 것이다. 승리에 도취하기보다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역풍의 순간’에 대비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운이 좋았을 때일수록 자신을 의심해야 한다. 어쩌면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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