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맛

장보배 지음 / 모과나무 펴냄

스님의 맛
스님의 맛

국수는 절에선 ‘승소’(僧笑)로 불린다. 스님을 웃게 하는 음식이란 뜻이다. 탐식(貪食)을 경계하는 불가(佛家)에서, 엄격한 수행 중 별식으로 국수가 나오면 스님들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는 데서 유래된 별칭이다. 책은 전국 24곳의 산사 스물네 스님의 국수 이야기를 담았다. 산사의 레시피를 넘어 ‘국수 한끼도 수행’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세인들에게 진정한 맛의 의미를 묻는다.

책은 저자가 불교계 주간지 ‘현대불교’에 연재한 글을 모아 새롭게 엮은 것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절집을 찾아 스님들과 나누었던 정겨운 공양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저자는 허기를 채우는 음식으로서의 한끼가 아닌, 마음을 위로하는 한 그릇 힘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한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로 세계적인 사찰음식 열풍을 일으킨 정관 스님의 ‘능이 배추 칼국수’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이어진 덕조 스님의 ‘불일암 국수’, 현대인에게 안식과 회복을 선물하는 다채로운 계절 국수까지 전국의 산사를 찾아다니며 인연, 수행, 삶의 레시피를 담아낸다. 욕심내지 않고 자연의 재료를 온전히 살려 끓여낸 한 그릇의 국수를 통해 팽팽하게 매여 있던 마음을 조율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따뜻한 힘을 선사한다.

책이 이야기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저자는 전국의 산사를 찾아 스님들을 만났다. 절집마다 국수는 달랐고, 국수에 담긴 사연도 모두 달랐다. 어떤 스님에게 국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이었고, 어떤 스님에게는 출가를 결심하던 날의 기억이었다. 또 다른 스님에게는 수행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한 끼였으며, 함께 나누어 먹는 공양의 기쁨이었다. 같은 국수라도 삶이 다르면 맛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책은 조용히 들려준다. 국수 한 그릇을 매개로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도반과 신도, 산과 계절, 절집의 풍경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음식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사찰음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건강한 음식으로, 자연을 담은 음식으로, 또는 수행자의 식문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한 그릇의 음식이 사람의 삶과 어떻게 만나고, 어떤 기억과 수행의 시간을 품고 있는지 들려주는 책은 많지 않다. ‘스님의 맛’은 바로 그 빈자리를 채우는 책이다. 국수 가닥마다 얽힌 삶의 서사가 한 편의 영화처럼 아련하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출가와 함께 마주했던 겨울 산사의 풍경, 스승과 제자가 주고받은 깊은 선문답, 절망 끝에서 스님의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던 이의 이야기 등 국수 가닥마다 얽힌 사연은 ‘인생 레시피’이기도 하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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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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