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두고 자본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막대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묘수라는 긍정론과 이제 막 흑자 궤도에 오른 알짜 자회사의 가치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가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솔리다임이 기업가치 약 50조원 수준에서 최대 10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추진해 미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이를 두고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 공시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6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0.37%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 추진이 기존 주주들의 몫을 축소할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이후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적자를 주주들이 인내해왔는데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든 지금 그 과실을 외부 투자자와 나눠야 한다는 불만이다.

별도 상장이 현실화하면 솔리다임이 창출하는 이익과 현금이 미국 법인에 먼저 귀속돼 본사 주주에게 환원되는 경로가 복잡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급기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를 5단계에 걸친 쪼개기 중복 상장으로 규정하며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SK하이닉스가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냈고 최근 대규모 자금 조달까지 마쳐 현금이 풍부한 상황이기에 굳이 시장의 불만을 사면서까지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솔리다임 분할 상장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불리한 이슈”라며 “외부 투자자가 프리IPO와 이후 공모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하는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자본시장 전략 차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솔리다임의 핵심 매출원인 고성능 엔터프라이즈용 고체상태드라이브(SSD)가 여전히 SK하이닉스 본사의 설계와 생산 기술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지분 일부가 외부로 나가더라도 본사의 근본적인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일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방어 논리도 뒤따른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모집할 경우 약 15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M&A) 투자금 회수 및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글로벌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까지 더해진다면 기업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주형연 기자(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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