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 사진 개시 하루 만에 훈련 축소 지시… “김정은과 좋은 관계”
이란 비핵화 동참 거부 주장… 대미투자 합의 지연 불만 연계 가능성 관측
27일까지 UFS 일정 예정대로 돌입… 한국군에 축소 공식요청 전달 안돼
李대통령 “종전 논의 시작” 제안… 빅터 차 “북한, 서울 우회 가능성 있다”
靑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대화로 이어지길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표면적으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과 방위비용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이란 비핵화’ 동참 거부 등을 함께 거론하며 동맹의 안보 사안을 외교·경제적 압박 카드로 연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때문에 과거 집권 1기 당시 한국을 배제한 채 전개됐던 북미 간 ‘직거래’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17일부터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반기 ‘을지 자유의 방패(UFS)’ 개시를 하루 앞둔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이 오래전 한국과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적었다. 이어 훈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며 축소 지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지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연일 부각한 직후에 나왔다. 그는 지시 전날인 15일에는 2019년 판문점 회동 당시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김정은과 나는 잘 지낸다”고 썼다. 앞서 지난 6월 13일에도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사진을 별도 설명 없이 게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직후에도 연합훈련 중단을 기습적으로 예고해 그해 8월 예정됐던 UFG가 유예된 바 있다. 집권 1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으나,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은 계속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며 한국의 다른 대외 정책을 끌어들인 점은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같은 글에서 “다소 무관할지 모르지만(?)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사양하겠다’(No thanks)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에 대미 투자 문제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애덤 패러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선임 애널리스트 등은 대미 투자 합의의 진전 부족이나 이란전 지원 거부로 인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훈련 축소 지시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기류 변화 속에서도 한미 양국 군은 1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UFS에 예정대로 돌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17일 오전 기준으로 국방부에 미국 측의 공식적인 훈련 축소 요청은 전달되지 않았다.
미국의 돌발 행보로 우리나라의 대북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이를 통해 북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를 직접 상대하면서 서울을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이 경우 한미일 협력이 분열되고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동맹 정책의 갑작스러운 변경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AP통신은 이번 조치를 두고 전임 미국 행정부들이 적대국 지도자로 간주한 인물을 위해 동맹에 등을 돌리는 최근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 조종사 출신인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미 연합전력의 숙련도와 통합이 대북 방어의 기반이라며, 연합훈련의 내실을 약화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며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있는 북미대화로 이어짐으로써,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개시되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란에서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 참여해 왔고,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감안해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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