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집값 최대 80% 열었지만

4억이하 비아파트 평균 ‘12평’

자산 처분·청약·정책대출 불리

아파트 이동 선택지 좁아지는꼴

매입 넘어 후속 지원 병행 필요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놓겠다며 비아파트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놨지만, 수요자인 청년들의 반응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집값의 80%까지 빌려주는 파격적인 대출 한도를 열어줬지만, 좁은 면적과 낮은 환금성이라는 한계에 더해 훗날 아파트로 갈아탈 ‘출구전략’마저 꽉 막혔기 때문이다.

자칫 청년들이 ‘빌라 족쇄’를 차게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청년 핀셋 주택공급 지원책으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선보였다.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4억원 이하의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높은 전월세를 감당하는 청년들이 적은 자본으로 내 집을 마련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4억원짜리 주택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최대 3억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자기자본 부담은 80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파격적인 대출 조건에도 현장은 냉담하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더라도 충분한 주거 환경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최근 1년간 4억원 이하 가격에 거래된 서울 연립·다세대의 평균 전용면적은 약 12평(전용 40.8㎡)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 오피스텔의 경우도 평균 16평(전용 28.05㎡) 정도다. 정책 금융의 대상이 되는 비아파트가 고작 1.5룸 수준의 소형 평수에 그친다는 의미다.

서울 신림동에서 월 70만원짜리 월셋방에 거주 중인 안모(26) 씨는 “기회가 된다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로는 갈 것 같지만, 직접 사는 건 내키지 않는다”며 “나중에 이사하고 싶을 때 팔리지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의 다세대 주택에 거주 중인 송모(33) 씨 역시 “월세가 부담된다고 빌라나 오피스텔을 직접 살 생각을 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되겠냐”며 “이 근처 몇몇 빌라 집주인들은 팔고 싶어도 못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우려처럼 비아파트는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 기대가 낮고 거래 유동성도 크게 떨어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년 6월~2026년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약 13% 오른 반면, 연립·다세대 주택은 8.8% 오르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정부의 수요 억제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1년간 8% 이상 오른 것이 반영됐을 뿐, 이전 4년간 상승률은 0.04%에 그친다.

오피스텔은 같은 기간 0.82% 상승했으며, 전용 40㎡ 이하 기준으로는 5년간 상승률이 0.21%에 머물렀다.

대출 원리금을 갚으며 순자산을 늘리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더 빠르게 뛰면 갈아타기에 필요한 자금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맹점은 꽉 막힌 출구전략이다. 이 상품으로 첫 주택을 사더라도 기존 비아파트를 처분해야만 추후 아파트 매수 시 생애최초 LTV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정책대출로 빌라나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순간 ‘유주택자’가 돼 향후 청약이나 정책대출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향후 결혼과 출산 등에 따라 더 넓은 아파트로 상향 이동을 꿈꾸는 청년 입장에서는 첫 집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주거 선택지가 좁아지는 역설에 빠지는 셈이다.

월세와 비슷한 금액 혹은 몇만원을 더 지출하면서 굳이 안 팔리는 비아파트를 소유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매입 지원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비아파트에서 자산을 쌓은 뒤 아파트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청약과 정책금융을 연계한 후속 지원책이 촘촘히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는 주거 사다리의 1단계로 거쳐 가는 곳이란 인식이 커서 4억원 안팎의 물건은 살 수는 있어도 팔기가 어렵기 때문에 매수 유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 직전의 빌라가 아니라면 가격 자체가 오르지 않는 편이라, 매수 유도보다는 청년들이 아파트로 옮겨가기 전 2~6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 관련 지원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짚었다.

남영우 나사렛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비아파트 매입 문턱을 낮추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아파트 선호가 높은 청년·신혼가구의 실제 주거 수요와는 거리가 있다”며 “비아파트를 보유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정책대출에서 무주택자에 준하는 특례를 주는 등 아파트 갈아타기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매입을 원하지 않는 청년에게는 전세대출과 월세 지원을 병행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주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길·안다솜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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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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