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 지원을 위해 비아파트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놨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가 8·13대책을 통해 청년 핀셋 지원 방안 중 하나로 4억원 이하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구매 시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허용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놨지만,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향후 아파트 매수 시 생애최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은 환금성이 낮은 비아파트 보유보단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란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책 금융의 대상이 되는 금액의 비아파트는 약 1.5룸 수준의 소형 평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동에서 월 70만원짜리 월셋방에 거주 중인 A씨(26)는 “기회가 된다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로는 갈 것 같은데, 직접 사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나중에 이사하고 싶을 때 팔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 거주 중인 S씨(33)는 “월세가 부담된다고 빌라나 오피스텔을 직접 살 생각을 하는 청년들이 실제론 많지 않다”며 “이 근처에 빌라촌이 형성돼 있는데, 부동산에서 몇몇 집주인들은 팔고 싶어도 못 판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으로 첫 주택을 사더라도 향후 생애최초 LTV 우대 혜택은 유지된다. 다만 추후 다른 집을 살 경우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 비아파트를 처분해야 한다.

최소 1억~2억원의 대출을 받아 내 집를 마련하더라도 충분한 주거 환경을 누리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4억원 이하 가격에 거래된 서울의 연립·다세대의 평균 전용면적은 약 12평(전용 40.8㎡) 수준으로 조사됐다. 서울 오피스텔의 경우, 평균 16평 정도다.

정부는 아파트 관련 지원 정책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만큼 비아파트라는 옵션도 제공했다는 설명이지만 월세와 비슷한 금액 또는 몇만원을 더 지출하면서 비아파트를 소유하는 방식이 수요자들이 원하는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아파트와 비교해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작은 편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년 6월~2026년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약 13% 오른 반면, 연립·다세대 주택의 매매가격지수는 8.8% 올랐다. 이마저도 정부의 수요억제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1년간 8% 이상 오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이전 4년간 상승률은 0.04%에 불과했다.

오피스텔의 경우 같은 기간 0.82%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전용 40㎡ 이하를 기준으로 볼 경우 5년간 상승률은 0.21%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소형 비아파트의 경우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주택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매수를 유도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는 주거 사다리의 1단계로 거쳐가는 곳이란 인식이 크다”며 “4억원 안팎의 (비아파트) 물건은 살(buy) 수는 있어도 팔기는 어렵기 때문에 매수 유인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비아파트는 대부분 소형 평수에 대단지도 아니기 때문에 재개발 직전의 빌라가 아니라면 가격 자체가 오르지 않는 편”이라며 “매수 유도보다는 청년들이 아파트로 옮겨가기 전 2~6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 관련 지원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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