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5000억 풀리는데 내 대출은?…은행 창구 다시 ‘선별전’
신용점수만 믿었다간 낭패…은행이 보는 건 따로 있다
당국 19일 첫 회의…은행별 총량 목표·대출 배분 방식 논의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빗장을 풀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만 7조5000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추가 공급 여력이 생겼다. 수조 원대 대출 가뭄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깐깐해진 심사 기준 탓에 금융소비자들이 실질적인 '대출 문턱 완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에서 약 30조원 규모의 추가 대출 공급 여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새로 생기는 여력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과 실수요 중심의 주택대출에 우선 배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5대 은행의 경우 총량 목표가 같은 비율로 확대되고 추가 여력이 모두 주담대에 투입된다고 가정하면 약 7조5551억원의 공급 여력이 새로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체 증가 여력이 주담대로 모두 배분된다는 가정에 따른 수치다. 실제 은행별 배분 규모와 상품별 한도는 금융당국과 개별 은행 간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7조5000억원이라는 숫자가 그대로 소비자들의 대출 한도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대출 모집인 접수를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관리에 나섰다.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은 이미 당초 목표치를 넘어섰다. 지난 13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79조89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78조9791억원에서 이달 들어 9161억원 증가한 규모다. 앞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월간 증가폭은 6월 4조1378억원에 이어 7월 4조183억원으로 두 달 연속 4조원대를 기록하며 8조원 넘게 급증했다.
주담대 잔액은 618조858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617조9411억원에서 이달 들어 9172억원 늘어난 규모다. 앞서 주담대 증가폭은 6월 1조7576억원에 이어 7월 2조79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증가폭은 지난해 8월(3조7012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신용대출 잔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7664억원으로 지난달 말 109조7533억원에서 이달 들어 131억원이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기타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4조6873억원 늘어 연간 목표치를 2조원 넘게 초과했다. 증시 상승에 따른 '빚투' 수요 등이 가계대출 증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은행들이 새로 확보한 여력을 배분할 때 단순히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부터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오히려 핵심 변수는 '전체 부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점수가 높더라도 이미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기존 주담대 등으로 부채가 많은 차주라면 추가 대출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더라도 기존 부채가 적고 소득 대비 원리금 부담이 낮은 실수요자라면 대출 심사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이에 이번 대출 여력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상환능력이 충분하고 기존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실수요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잔금대출이나 중도금대출처럼 이미 분양계약이 이뤄져 자금 수요가 확정된 집단대출은 우선순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추가 여력을 집단대출 등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반기에만 약 7만가구, 26조원 규모의 잔금대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출 여력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지가 핵심 변수다.
일반적인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은행별 사정에 따라 실제 체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관리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는 등 은행별로 대응 방식이 달랐다.
금융당국은 19일 은행 등 금융권을 소집해 회사별 총량 목표를 새로 정하는 첫 실무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약 3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추가 대출 여력을 금융회사별로 어떻게 배분할지, 집단대출과 일반 주담대 등 상품별로 어느 정도를 배정할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 목표가 확대되더라도 은행이 모든 대출 수요를 동일하게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부채가 많거나 상환 부담이 큰 차주는 추가 대출이 제한될 수 있어 본인의 총부채와 상환능력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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