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를 수억 원씩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문의조차 뜸해요. 사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정작 대출이 안 되니 시장이 멈춰 선 거죠."
정부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세금 다이어트'에 나선 고령자들의 매물이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최고가 대비 3억~4억원씩 몸값을 낮춘 아파트들이 거래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굳게 닫힌 대출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한 매수자들의 관망세 속에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의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제 개편 발표 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초구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 3일(7727건) 대비 6.9% 늘어난 8263건으로 집계됐다. 강남구(6.6%), 용산구(6.5%), 송파구(2.5%) 매물도 각각 늘며 총 1417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 증가분(2811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직전 실거래가 대비 수억원씩 호가를 낮춘 물건들도 눈에 띈다. 이날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세제 개편 이후 나온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일부 매물들의 호가는 34억8500만원에서 35억500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동일 평형 물건이 지난달 20일 36억9500만원(1층)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억5000만원 이상 내려간 가격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의 전용 84㎡ 또한 세제 개편 이후 올라온 물건들의 호가가 37억~39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지난 6월 동일 평형 물건이 40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최대 3억원가량 가격이 빠진 셈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84.97㎡의 경우도 세제 개편 전후 등록된 매물 대부분의 호가가 50억원에 형성돼 있다. 동일평형 물건의 직전 거래가 53억9000만원보다 4억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세제 개편 후 보유세 및 양도세 부담을 느낀 고령의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이 높은 데다 대출 규제 등의 장벽은 여전해 거래가 쉽게 성사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세제 개편 이후 약 열흘간 강남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40건으로 직전 열흘(47건) 대비 오히려 줄었다. 서초구의 경우 세제 개편 이후 37건으로 직전 기간(35건) 대비 소폭 늘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도 없고 시장이 그냥 관망세인 상황"이라며 "거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당분간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금 흐름이 부족한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주택 처분에 나서더라도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에 나설 실수요자를 찾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글·사진=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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