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차관 “트윗·항공모함으로 해협 장악할 수 없어”
트럼프 “미국 영토로 선언”…양국 통제권 공방 격화
이란, 미국과 협상 재개에도 “아직 결정 안 내려”
호르무즈 통항량 급감…최근 7일 선박 151척에 그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간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군사력이나 정치적 선언만으로 해협의 지위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15일(현지시간) 엑스(X)에 글을 올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호르무즈 해협은 과거에도 이란의 것이었고, 현재도 이란의 것이며, 앞으로도 이란의 영토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트윗으로도, 항공모함으로도,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도, 선거 연설로도 장악할 수 없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미국의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란은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력 과시에 굴복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라”며 “지금까지 당신들은 전략적으로도, 막대한 대가를 치른다는 점에서도 패배를 거듭해왔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권한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갔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 해협은 오직 이란의 명령에 따라 봉쇄되고 개방될 것”이라며 “당신들이 패배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허황된 망상에 빠져 있는 한, 이란은 계속 봉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4일 미국 동부시간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조만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게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그렇다. 우리가 그곳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주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이란은 해협 일대에서 서로 통제권을 주장하며 봉쇄 조치를 주고받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외교 협상 재개 가능성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반관영 ISNA 통신을 통해 미국과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양국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를 공식적인 협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설명도 내놨다. 아라그치 장관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이란과 접촉하며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지만, 이것이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민간 선박 운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국영통신 WAM은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소속 선박 한 척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박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UAE는 전날에도 ADNOC 선박 2척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며 비난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도 급격히 줄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최근 7일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151척으로, 분쟁 이전 평균의 17%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해역에서 보고된 선박 피해 사례는 56건으로 집계됐다.
UKMTO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오만 남부 항로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6일 이후 보고된 발사체 피격 18건 가운데 16건이 해당 항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정면으로 맞서는 가운데 선박 운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 해상 물류와 에너지 수송에도 추가적인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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