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실리카 서명국에 경고 서한 준비…한국·일본·호주 포함
미 국무부 초안 “모든 곳에 속하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것”
中 주도 AI 협력체 동시 참여 제동…“양쪽 모두의 이득 취할 수 없다”
미·중 AI 패권 경쟁 격화…공급망·핵심 광물까지 동맹국 확보전
미국이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방국들을 자국 진영에 묶어두기 위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이 중국 주도의 AI 협력체에 참여할 경우 미국 중심의 협력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경고가 핵심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지난 6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차 팍스 실리카 서밋’ 참가국 가운데 공동성명에 서명한 35개국에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한 발송 대상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의에는 영국과 독일, 이스라엘, 노르웨이, 네덜란드, 인도 등도 참여했다.
미국 국무부가 마련한 서한 초안은 팍스 실리카 참여국들이 AI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별도의 협력 구상에 동시에 참여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담고 있다.
초안에는 “모든 곳에 속하겠다는 것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팍스 실리카 선언 서명은 단순한 회원 가입이 아닌 결속과 헌신을 의미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서한에서 중국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정책 방향과 충돌하는 다른 AI 관련 협력체에 동시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국무부는 “우리의 기대와 상충하는 중복된 이니셔티브의 회원 자격을 동시에 유지할 수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서한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양쪽 모두의 이득을 취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서한이 작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국가가 미국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중국이 AI에 대한 경쟁적 비전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구상에 가입한다면, 그 국가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 국무부 주도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AI 공급망 협력체다. 한국도 이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AI 협력망에 맞서 자체적인 국제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설립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쪽 AI 협력체에 모두 참여한 국가도 등장했다. 로이터는 팍스 실리카 참여국 가운데 핵심 광물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이 중국 주도의 WAICO에도 합류한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이 이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미국의 움직임은 AI 기술 자체뿐 아니라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AI 산업에 필요한 공급망까지 둘러싼 미·중 경쟁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개발한 오픈웨이트 AI 모델이 미국의 주요 AI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동맹국의 AI 기술·공급망 협력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국무부가 실제로 경고 서한을 언제 발송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무부는 로이터의 관련 질의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내부 문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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