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타율 0.412…프로야구 유일한 4할 타자 기록

일본 무대서 타격왕 등극…LG 초대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KBO, 한국 야구 발전 공로 기려 역대 두 번째 KBO장으로 엄수

백인천 전 감독. 연합뉴스.
백인천 전 감독.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한 시즌 4할대 타율을 기록한 백인천 전 감독이 15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백 전 감독은 이날 오전 6시41분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에서 뇌출혈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다.

고인은 전날 오전 6시께 천안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혈압과 맥박을 회복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평소 치료를 받아온 단국대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백 전 감독은 한국 야구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록을 남긴 타자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MBC 청룡의 선수 겸 감독으로 그라운드에 나선 그는 72경기에서 타율 0.412를 기록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도 4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백 전 감독이 유일하다.

당시 40세였던 백 전 감독은 선수와 감독을 동시에 맡아 MBC 청룡을 이끌었다. 이후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뒤 23년에 걸친 한·일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백 전 감독의 야구 인생은 일본에서 먼저 꽃을 피웠다. 1942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뒤 경동중·경동고에서 야구를 배웠다. 농협 야구단에서 활동하던 1962년 일본프로야구 도에이 플라이어스에 입단하면서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다이헤이요 라이언스, 롯데 오리온스, 긴테쓰 버펄로스 등을 거쳤다. 1975년에는 다이헤이요 소속으로 퍼시픽리그 타격왕에 오르며 일본 정상급 타자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 복귀 후에는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했다. 1985년 청보 핀토스 타격 인스트럭터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에 들어갔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LG 트윈스 사령탑 시절이었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창단한 LG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백 전 감독은 강한 정신력과 투지를 앞세운 야구를 강조했다. 첫해 LG를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며 지도자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맡았고 삼성,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등에서 타격 지도자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삼성 감독 시절에는 배트 사용을 둘러싸고 당시 LG 천보성 감독과 논쟁을 벌이는 등 야구계의 굵직한 이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역과 지도자 생활을 마친 뒤에는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야구와 인연을 이어갔다.

백 전 감독은 선수 시절 강한 승부욕과 투쟁심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여러 차례 뇌경색을 겪었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말년을 힘겹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한 백 전 감독의 공적을 기려 KBO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KBO장으로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빈소는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되며 발인은 17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다.

백 전 감독의 별세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6개 구단의 초대 감독 가운데 현역 생존자는 박영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만 남게 됐다.

‘4할 타자’라는 전무후무한 기록과 선수 겸 감독, 일본프로야구 타격왕,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라는 이력을 남긴 백인천 전 감독은 60년 넘게 이어온 야구 인생을 뒤로하고 한국 야구사에 이름을 남긴 채 떠났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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