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5.94%↓·AMAT 5.12%↓…AI 기술주 차익실현 확산

미국 소비지표 부진에 경기 둔화 우려…나스닥 0.28% 하락

유가·미 국채금리 상승까지 겹쳐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 부담

AI 투자·HBM 수요는 견조…삼성전자·SK하이닉스 향방 주목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며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소비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고평가된 기술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7.58포인트(0.20%) 떨어진 5만3732.41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3.23포인트(0.17%) 내린 7785.76, 나스닥종합지수는 73.86포인트(0.28%) 하락한 2만6729.1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기술주 가운데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브로드컴은 5.94% 급락했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5.12%, 인텔은 1.97% 각각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약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필라델파아반도체지수도 0.3% 떨어졌지만 마이크론은 2.3%, SK하이닉스 ADR도 0.42% 상승 마감했다. TSMC는 1%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나스닥과 S&P500이 각각 0.1%, 0.4% 상승하며 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한 주 동안 0.6%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의 핵심 배경으로 미국 소비 둔화를 꼽고 있다. 7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인 0.1% 증가를 크게 밑돌았으며,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소비자 심리도 악화됐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1.0으로 전월보다 7.6%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 54.5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비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관련 지표의 악화는 AI와 기술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는 성장주에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 투자자들이 실적과 현금흐름을 보다 엄격하게 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투자 분석가 브렛 켄웰은 “한 달간의 소비 지출 부진이 곧 경제가 벼랑 끝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실망스러운 국내총생산(GDP) 및 고용 데이터와 함께 볼 때 이를 무시하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금리 전망도 기술주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부진한 소비 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경기 둔화 자체가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다시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이 이어지고 미국이 대이란 해상 봉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브렌트유 10월물은 전장보다 1.67% 오른 배럴당 88.5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1.42% 상승한 82.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향후 금리 경로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주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다.

미 국채 금리도 올랐다. 10년물 금리는 4.69%로 5bp 상승했고 30년물은 5.27%로 6bp 올랐다. 달러인덱스는 0.2% 하락했다.

반면 드론 관련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드론과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레드캣은 8%, 언유주얼 머신스는 24% 급등했다. 미국의 방산·드론 산업 육성 정책이 관련 기업의 성장 기대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주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 AI·반도체주의 조정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업종의 약세는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부담이다. 특히 브로드컴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AI 인프라와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종목들의 약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AI 관련주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수급과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추가로 조정을 받을 경우 다음주 국내 증시 개장 초반 반도체 대형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조정이 AI 산업의 실적 전망 자체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변수다. 미국의 소비 둔화가 주가 조정의 직접적인 배경이었고, AI 관련 기업의 실적이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신호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여전히 핵심이다. 따라서 미국 기술주의 단기 변동성보다 AI 서버 투자와 메모리 가격 흐름, HBM 공급 확대 여부가 중기 주가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주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 기술주 약세와 함께 미 국채 금리,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 움직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국 증시에서 나타난 AI·반도체주의 조정이 단순한 차익실현에 그칠지, 경기 둔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약화로 확대될지가 국내 반도체주의 단기 흐름을 가를 전망이다.

김미정 기자(mj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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