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김태호·신성범 등 개헌론자 잇단 접촉…‘10표 설득’ 해석
李대통령, 골프 회동서 개헌 직접 언급…야권 내부 정치적 의도 촉각
개헌 넘어 정계개편 포석 관측도…국힘 “대통령이 당 흔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의원들과 잇따라 골프 회동을 갖거나 라운딩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과 접촉한 의원 상당수가 당내 대표적인 개헌론자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개헌안의 국회 통과에 필요한 국민의힘의 협조를 직접 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300석 기준으로 최소 200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석만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의 찬성표가 필요한 구조다.
결국 개헌의 최대 관문은 국민의힘 의원 10명의 동참 여부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최근 국민의힘 개헌론자들과 직접 골프를 치거나 만남을 제안한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200석을 만들기 위한 물밑 접촉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과 골프를 함께했거나 제안을 받은 국민의힘 의원으로는 주호영·박덕흠·김태호·신성범·최형두 의원 등이 거론된다. 최 의원은 다른 일정과 겹쳐 실제 골프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헌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주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1987년 체제가 만든 제왕적 대통령제는 유통 기한이 지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히며 개헌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 국민의힘 개헌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특위에는 신성범·최형두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에서 직접 개헌 문제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87년 체제의 역할은 끝났고,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시 이 대통령에게 승자독식 구조를 바꾸고 권력과 책임을 분산하는 새로운 헌법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절대 공감한다. 분권형으로 가야 된다는 취지에 동감하고 있고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의 골프 회동을 통해 개헌과 관련한 야당의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접촉이 단순한 협치 차원의 만남인지, 개헌 정족수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이 대통령도 개헌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골프 회동에서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정족수가 있는데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통과가 안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청와대는 개헌 추진의 원칙으로 국회 논의와 여야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개헌은 국회의 200석 이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헌은 합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날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국민적 수용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 역시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하는 개헌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개헌 논의의 핵심이 ‘국민의힘 10표’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개헌안을 마련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회 의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야당 의원 접촉을 개헌을 넘어선 정치적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헌에 적극적인 중진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면서 향후 정치연합이나 정계 개편의 기반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야당의원들과의 소통은 형식이 무엇이 됐든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골프 회동의 속내는 너무나도 속이 들여다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의 중진의원들과 골프를 치면서 분권형 책임총리제, 대통령 4년중임제 개헌 등을 얘기했다니 이것은 단순한 회동이 아니라 본인의 퇴임후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위한 빌드업이란 생각이 든다”며 “여당도 야당도 크게 대비해야 할 정치권의 폭풍이 될거 같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골프 회동이 개헌을 위한 ‘200석 만들기’의 시작인지, 야당 중진들과의 협치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개헌에 필요한 숫자가 200석이고, 그중 국민의힘에서 최소 10표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근 이 대통령이 만난 야당 의원들의 면면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야당 전체의 동의가 아니라 우선 국민의힘 내부에서 10명의 찬성자를 확보하는 일이다. 최근 이어진 ‘필드 위 접촉’이 이 숫자를 겨냥한 물밑 정치의 신호탄인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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