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힐 가능성 낮아… 지연이자 유예 및 자금 확보 ‘시간 벌기’ 분석

‘세기의 결혼’에서 9년 법정 공방으로… 고백 편지부터 시작된 파경

665억에서 9440억까지… ‘노태우 비자금’ 변수 속 마지막 법리 시험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이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은 14일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에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 대리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상고는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명한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한 조치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 법리 오해나 심리 미진 여부를 다루는 만큼,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비율 및 규모 산정 과정에서 법률적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이미 한 차례 사건을 파기한 바 있고 파기환송심이 그 취지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점에서 판결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거액의 분할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고 연간 472억원(하루 약 1억3000만원)에 달하는 연 5%의 지연이자를 유예하기 위해 상고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써 2017년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법적 공방은 9년 넘게 이어지게 됐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로 1988년 결혼한 두 사람은 2015년 최 회장이 혼외 자식의 존재를 공개하며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당시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후 2022년 1심은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판결했으나, 2024년 5월 2심은 노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 유입을 인정해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 자금을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위자료 20억원이 확정된 상태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은 지난달 24일, 대법원의 취지를 받아들이면서도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해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의 비율로 9440억원의 재산분할을 결정했다. 이는 국내 재벌가 이혼 소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주식 가액 산정 기준일을 2024년 4월 16일(항소심 변론 종결일)로 정해 노 관장 측 주장을 배척했으나, 이후 주가 상승분을 비율 산정에 반영했다. 최 회장 측의 재상고로 이 미증유의 재산분할 소송은 대법원의 최종 문턱에서 한 번 더 법리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장우진 기자(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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