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MOU 체결 이후 첫 회동

빌 게이츠와 SMR 협력 구체화

핵심 주기기 공급사 입지 강화

정기선(오른쪽)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작년 8월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기선(오른쪽)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작년 8월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만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양측은 차세대 원자로 상용화를 앞당기고 미국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협력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HD현대는 정 회장이 14일 서울에서 게이츠 회장을 비롯해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만났다고 밝혔다.

이번 만남은 지난 5월 HD현대와 테라파워, 현대건설이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3사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첫 자리다.

정 회장과 게이츠 회장 등은 그동안 진행해온 협력 성과를 점검하고 육상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HD현대는 테라파워의 차세대 SMR인 ‘나트륨 원자로’의 핵심 기기 제작을 맡으며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나트륨 원자로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의 차세대 SMR이다. 3사 협력 체계에서 테라파워는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는 주기기 제조, 현대건설은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한다. 테라파워의 기술과 HD현대의 제조 역량, 현대건설의 건설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다.

HD현대는 향후 나트륨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로 상용화에 앞서 필요한 생산설비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기술, 제조, EPC를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와 게이츠 회장이 이끄는 테라파워의 협력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투자를 단행하며 관계를 맺었고, 2024년 12월에는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에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대 협약을 맺고 약 1년 동안 제조 타당성과 가격 경쟁력, 인도 일정 등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5월에는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의 제작·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양측이 협력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미국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가 있다. 미국은 약 95GW 규모의 세계 최대 원전 시장으로 전 세계 원전 설비의 약 25%를 차지한다. 상당수 원전이 1970년대부터 가동돼 노후 설비 교체 수요도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HD현대는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향후 확대될 미국 SMR 시장에서 원자로 핵심 기기 공급사로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임재섭 기자(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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