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경비대대·군정위 통합여단 창설 추진

한미 간 또다른 이견 또는 ‘진실 공방’ 될 수도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 입지 확보와 연관짓기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최근 산하 조직을 통합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와 정전협정 이행관리 등을 맡는 여단 창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유엔사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양측이 창설 철회에 공감했다’고 말한 반면, 유엔사는 철회 의사를 보이지 않는 등 한미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사는 내부 조직개편 차원에서 최근 JSA 경비대대를 중심으로 정전협정 이행 감시, DMZ 출입 승인 등을 맡는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등을 통합한 ‘경비·정전집행여단’(가칭) 창설을 추진해 왔다. 여단장은 군정위 비서장(대령)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연합뉴스에 “현재의 계획은 기존 자원의 내부적 재편만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노력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기존에 존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책임을 유지하면서 지휘통제(C2), 협조 및 지원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측 파트너들에게도 이러한 검토의 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내용을 알려 왔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 협의 부족 등을 들어 이런 조직개편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최근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났을 때도 이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은 한미 군사 현안을 두루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유엔사 조직개편은 미측이 제기한 의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이날 취재진에 “유엔사 경비여단 창설과 행사는 아마 하지 않기로 서로 간에 이야기를 나눴고 합의를 봤다”고 답했다. ‘창설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그는 “브런슨 사령관을 언제 만났느냐를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자주 만나고 소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도 “큰 틀에서 보면 서로 간에 합의돼야 할 사항”이라며 “소통을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재차 언급했다.

국방부는 이날 “한·유엔사 간 세부 협의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면서도 여단이 창설됐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논의를 거쳐 여단 창설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전히 유엔사 측은 여단 창설 구상은 철회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이 문제가 한미 간 또 다른 이견 내지 진실 공방 사안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유엔사가 한국 정부와의 이견에도 사실상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조직개편을 둘러싼 논의의 이면에는 유엔사의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행사와 관련한 한국 정부와 유엔사의 이견이 자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국방부는 DMZ 중 우리 군의 철책 이남 지역은 우리 측이 관할하는 이른바 ‘분할 관할’을 제안했지만, 유엔사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유엔사가 여단을 창설하면 DMZ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입지 확보 시도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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