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1.5→3%… 실수요자 대출 문턱 낮춰
청년·신혼부부 요건 완화… 이주비·중도금, 총량관리서 제외
‘영끌·갭투자’ 차단 강화… 고위험 주담대 은행 자본규제도 조인다
은행권의 '대출 셧다운'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정비사업 조합원 등 실수요자들의 대출 문턱도 대폭 낮췄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에는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상품'을 신설해 담보인정비율(LTV) 기준도 완화한다. 은행권의 대출 한도 소진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국토교통부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일 발표된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후속 조치로 이재명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기조인 '실수요 보호 및 투기 근절'을 금융과 공급 양면에서 강도 높게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다.
◇'결혼 페널티' 없애고 재개발 이주비 숨통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깐깐했던 대출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당장 오는 10월부터 맞벌이 부부의 발목을 잡던 '결혼 페널티'가 사라진다. 기존에는 신혼부부의 합산 소득을 기준으로 정책 대출 여부를 따졌지만 앞으로는 부부 중 한 사람만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조건을 충족하면 '보금자리론'과 '청년특례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다.
내년 1월에는 3조원 규모의 '청년미래 보금자리론'이 새롭게 출시된다. 만 39세 이하 청년이 4억원 이하의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살 때 LTV를 최대 80%까지 인정해 준다. 다달이 나가는 비싼 월세 대신 그 비용으로 소형 주택을 장만해 주거 사다리를 밟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오는 31일부터 이주비 대출을 산정할 때 낡은 '현재 주택'의 가치뿐 아니라 정비사업 이후 지어질 '신축 주택'의 예상 가치를 비교해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강북 등 주요 재개발 단지 조합원들의 이주 자금 마련이 편리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이주비, 중도금, 잔금 대출을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에서 완전히 제외해 별도로 관리한다. 주택 공급의 맥을 뚫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 및 부실 사업장에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47조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다.
◇보너스 영끌·갭투자 꼼수 차단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집중한 반면 투기 세력을 향한 금융 규제는 한층 매서워진다. 당장 내년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일시적 소득 증가'를 활용한 꼼수 대출이 막힌다.
그동안 성과급이나 보너스 등 일시적으로 늘어난 소득도 연봉으로 온전히 인정받아 대출 한도를 크게 늘리는 '영끌' 수단으로 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근 1년 소득 상승률이 20%를 초과하면 최근 2개년 평균을, 30%를 초과하면 3개년 평균 소득을 적용해 과도한 대출 취급을 원천 차단한다.
전세대출을 지렛대 삼아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도 옥죈다. 내년부터 공적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에 기존 다주택자와 투기지역 아파트 보유자 외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가 새롭게 묶인다.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본인과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 없이 세를 주고 있다면 전세대출 보증을 아예 받을 수 없다. 단 직계존비속에게 임대차하는 경우는 예외로 둔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 자체도 쪼그라든다. 내년부터 수도권 및 규제지역 기준 현행 80%이던 보증 비율이 70%로 축소돼 갭투자 유인을 크게 꺾는다. 무주택자는 기존 80%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기관을 향한 자본 규제 압박도 거세진다. 내년부터 은행들은 고가주택이나 고LTV, 고액·고DSR 차주에게 내준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위험가중치(RW)를 상향 적용받게 된다. 가계 부문의 시스템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은행별로 추가적인 완충자본을 쌓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식 대출 영업에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의 역할 강화와 청년 등 실수요자 지원에 중점을 뒀다"며 "대책 발표로만 끝나지 않고 대규모 자금 지원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지, 청년 등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끝까지 확인하고 미흡할 경우 조속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