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10만호 중 2.7만호 공급

서울공급, 결국 재개발·재건축

민간공급 완화해 23만호 추가

강남 그린벨트 해제 발표 유보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23만호 이상 추가 공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작 핵심인 신규 택지 발표는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공급을 공언한 10만호 가운데 4분의 3가량인 7만3000가구의 입지 공개를 연말로 미루면서, 당장 뚜껑을 연 물량은 2만7000가구에 그치기 때문이다.

당장의 공급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막연한 신규 후보지 발굴보다는 ‘기존 택지의 신속한 착공’과 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규제 완화’가 훨씬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과 △공공택지 사업 속도 제고 △도심 공급 확대 △민간 주택사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수도권에 23만가구 이상의 추가 공급에 나선다.

이 가운데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물량은 10만가구 이상이다. 역세권 등 교통 접근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택지를 확보하고, 사업 절차를 단축하는 ‘최단기 착공모델’을 적용해 3~4년 안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실제 입지가 공개된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3곳, 2만7000가구에 그친다. 서울에서는 강서구 염창동 일대에 1000가구를 공급한다. 2006년 민간 개발사업이 취소된 뒤 장기간 방치된 염창공원 부지를 활용하는 사업이다.

경기권에서는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에 2만1700가구가 들어설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 이날 공개된 신규 택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경의중앙선 도심역과 인접한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에 나선다. 경기 광주 장지동 일원에도 45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이 컸던 서울 강남권 주요 그린벨트 해제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대책 발표 전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일대와 강남구 세곡·자곡동 잔여 개발제한구역, 수서차량기지 인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주변 등이 신규 택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었다.

미군 용산기지 반환 부지 일부인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도 공급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용산 어린이정원 일대 주택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용산 지역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용산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공원지키기 주민모임’은 어린이정원 인근에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다” 등의 문구를 적은 근조 화환 300여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태릉CC와 과천 경마장 부지 등 기존 택지에 대해서는 착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태릉CC는 지난 2020년부터 정부 공급대책의 단골 후보지로 등장했지만 실제 사업은 진행되지 않아 공급계획이 공회전한다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선 착공 시기와 방향성을 분명히했다.

정부는 2029년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 부지 주택 착공도 추진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용산구와 협의를 거쳐 2028년 말 주택 착공을 목표로 잡았다. 이들 사업지는 기존 공급대책에서도 주택 공급부지로 제시됐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사업 일정을 구체화하고 절차를 단축하기로 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기존에 발표된 택지부터 계획대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새롭게 발표하는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시장의 신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대책에서 신규 택지 지정이 적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기존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시장에 더 확실한 공급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대책에서 단순히 물량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확정된 물량과 기존 제도를 어떻게 더 빠르게 시장에 공급할지, 공급 속도에 방점을 맞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규 택지의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인 공급 공백을 메울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계획대로 사업 속도를 높이더라도 실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시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입지가 공개된 염창동 신규 택지는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부지 조성, 주택 착공 등 주요 절차를 통합해 추진하더라도 일러야 2029년 착공할 수 있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돼 착공까지 3년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신 교수는 “이번 대책에서 전반적인 공급 로드맵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인 공급 효과는 미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간에 준공할 수 있는 비아파트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빌라나 오피스텔 주택 수 산정 제외 등 무주택자와 청년,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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