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의 집값 대책에도 ‘우상향’
정비 간소화 법안 국회서 계류
현실성 부족땐 결국 상승 압력
전문가 “민간공급 병행도 방법”
“이번엔 다를까.” 정부의 새로운 주택 공급 대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시장은 기대보다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앞서 쏟아낸 공급 대책들이 현장 반발과 입법 지연으로 공회전하며 도리어 집값을 자극하는 부메랑이 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숫자 맞추기식 ‘땜질 공급’을 넘어,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속도·물량·품질’의 삼박자를 갖춘 확실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다면 널뛰는 집값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9·7 대책 발표에 앞서 내놓은 6·27 대책에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축소하는 등 고강도 규제로 수요를 일시적으로 눌렀다. 하지만 정작 핵심인 공급 대책은 발표 1년이 다 되도록 공회전하고 있다.
앞서 나온 방안들은 관련 입법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를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공공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을 비롯해 주택법, 공공주택특별법,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 특별법, 빈 건축물 정비 및 지원 특별법 등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발표한 1·29 대책은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된 탓에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CC에 6800가구, 경기 과천 경마장 부지 등에 98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으나, 주민과 지자체의 반대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 회복을 위해 신축 매입임대 주택 확대 및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작 임대사업자 담보인정비율(LTV) 0% 등의 규제 탓에 해당 주택을 매입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세 번의 크고 작은 공급 대책에도 집값은 우상향 곡선을 반복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04.5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27 대책 직후인 7월 101.2, 8월 100.0으로 하락했다가 9월 들어 102.6으로 상승 전환했고 10월에는 104.7까지 올랐다.
이후 10·15 대책의 영향으로 11월 103.0으로 소폭 내렸으나, 12월 104.1, 올해 1월 106.0으로 다시 오름세를 탔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과 세제 개편 우려가 맞물리며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5월 110.2, 6월 112.6까지 치솟았다. 이는 집값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던 2021년 9월(125.3) 이후 최고치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현실성 없는 대책이 나올 경우, 오히려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수요자들이 대책을 보고 ‘신축 공급이 어렵겠다’고 판단하면, 기존 주택이라도 매수하기 위해 똘똘한 집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집값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새 공급 대책에는 준공업지역 용적률 상향, 도심 유휴부지 및 국공유지 활용, 그린벨트 해제, 빌라 등 비아파트 규제 개선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나 유휴부지 활용 방안은 과거 정부에서도 발표 때마다 반발이 거셌던 만큼, 주민과 지자체를 설득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반면 준공업지역 활용 방안은 실질적인 공급 확대와 속도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미 기반시설이 조성되어 있고 교통망이 발달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 주도의 일방적인 공급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민간과 협력해 정밀한 대책을 세우고 신중하게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준공업지역은 나름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근처에 지하철역도 있는 곳이 많아 개발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다만 공공 주도로만 진행하기보다 민간이 함께 공급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수요자들의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공급 대책의 해답을 ‘빈 땅’과 ‘공공’의 관점에서만 찾지 말고, 민간을 통한 공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유휴부지나 국공유지가 정부 소유라 할지라도 인근 주민이나 지자체가 녹지 보존 등을 이유로 반발하면 즉시 착공에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주도하는 일률적인 공급 형태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나 품질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와 민간에 공급 영역과 권한을 더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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