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전 주문 하루만 "3년 내 완공"
삼전닉스 용인팹도 가동시기 당겨
조기 가동시 AI반도체 병목 해소
단기 투자 쏠림에 자금조달 압박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격전'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정부가 '2029년 준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2030년 6월 3일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내 첫 가동에 들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 대통령이 속도전의 사례로 언급한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급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거대한 승부수지만, 단기간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혹한 '초고속 완공 레이스' 부담도 떠안게 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2029년 반도체 팹 1차 완공을 목표로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국가산단 계획 수립과 조성 등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이날 김 장관이 언급한 '1차 완공'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준공'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호남 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 2기씩, 총 4기를 짓기로 합의한 상태다. 다만 이 관계자는 1차 완공 대상이 어느 기업의 팹인지에 대해서는 "(디테일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통상 준공의 의미를 클린룸 오픈 또는 실제 가동 시점으로 본다. 클린룸을 연다는 것은 각종 장비 반입을 시작하는 단계로, 3~6개월 후 가동에 들어간다. 이를 고려하면 2029년 하반기에 준공되더라도 이 대통령 임기 내에는 첫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 대통령은 전날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호남팹에 대해서는 조기 완공된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콕 집어 예로 들었다. 앞서 광주 군공항 부지 선정 등 전력·용수 등 각종 인프라 인허가 단축도 지시했다.
정부의 속도전에 발맞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도 대폭 앞당겨진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4개 팹을 구축할 계획으로, 이 중 1기 팹은 내년 2월 클린룸을 오픈해 이르면 5월 가동에 들어간다. 4기 팹 전체 구축 완료 시점 역시 2033년으로 기존 목표보다 12년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용인에 총 6기의 팹을 짓기로 했으며, 1기 팹 완공 시점을 종전보다 1~2년 앞당긴 2029년으로 정했다. 업계는 내년 중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삼성은 전체 팹 조성 완료 목표를 7년 당긴 2040년으로 잡았다.
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기에 동시 가동되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전 세계 AI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 해소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몰리는 자금 조달이 최대 관건이다. 호남과 용인 팹 구축에 들어가는 양사의 총투자금액은 약 3500조원이다. 삼성은 호남에 425조원, 평택·용인에 2030조원을 각각 투자하며, SK는 호남 400조원, 용인 600조원 등 1000조원을 투입한다. 천문학적 자금을 짧은 기간 내 집중 투입해야 하는 만큼 '3년 내 완공'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호남팹이 빠르게 구축된다면 국가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호남과 용인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생산 능력을 직접 키워야 하는 기업을 주체로 삼아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우진·임재섭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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