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절반은 ‘내 집’이 없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최근 집계(2025년 11월 기준)를 보면 전체 2229만4419가구 중 48.4%인 961만320가구가 무주택이다. 서울로 시야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415만9502가구 중 절반이 넘는 52.0%(216만354가구)가 자가 없이 남의 집을 전전하는 실정이다.
자산 형성기에 있는 2030(20~39세) 청년 세대의 지표는 주거 취약성을 더 명확히 드러낸다. 전국 무주택 가구 중 37.6%인 361만2321가구가 청년 세대다. 서울은 무주택 가구의 46%인 99만2856가구가 청년 층이다.
이 통계 수치는 단순히 모니터 위에 떠도는 건조한 활자가 아니다. 매달 통장에서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주거비에 한숨 짓고, 널뛰는 전월셋값에 밀려 언제든 짐을 싸야 하는 대한민국 다수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의 고단한 민낯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들여다보면 이들 ‘절반의 국민’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입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도, 정작 정책의 영점(零點)은 기형적이게도 상위 극소수만을 집요하게 겨누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만 봐도 그렇다.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한다고 내세웠으나 핵심은 고가·다주택에 대한 중과세였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포함됐기에 그런가. 국세청 통계를 보면 고가주택 보유자가 낸다는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대상은 전 국민의 3% 남짓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국 종부세의 32.9%가 강남 3구에서 걷히고, 서울 다주택자의 21.4%가 이 지역에 밀집해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도 오로지 ‘소수의 강남’과 ‘가진 자’들을 억누르는 데 집중됐다. 징벌적 세금, 토지거래허가제 연장,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숱한 대책은 늘 ‘시장 안정’으로 포장됐으나 그 본질은 ‘3%’에 대한 징벌이었다.
진짜 비극은 이런 ‘핀셋 규제’가 불러오는 역설이다. 자산가를 겨냥한 징벌은 961만 서민의 주거비 폭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주택자를 옥죄어 나온 매물을 서민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1차원적 발상은 처참히 빗나갔다. 늘어난 조세 부담은 전·월세 인상을 통해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시작했고, 소유주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며 임대 매물은 시장에서 증발했다. 부자를 겨눈 타깃형 대책에 가장 먼저 질식한 건 역설적이게도 주거 취약계층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대출 문턱마저 무차별적으로 높이면서 청년들의 내 집 마련 ‘주거 사다리’는 형체 없이 박살 났다. 전세대출이 막히자 무주택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시장에 내몰렸다. 최근 서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이 64.1%까지 치솟은 지표는 서민 주거비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대책이 자본력이 부족한 절반의 서민들을 소멸성 비용에 허덕이는 ‘월세 난민’으로 전락시켰다.
상황이 이토록 꼬여도 정책 당국의 현실 인식은 피상적이다. 부작용이 속출하면 원점에서 정책을 재검토하는 대신 ‘유예’나 ‘특례’ 같은 땜질 처방만 덧대며 시장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여당 3선 의원이 ‘폐버스 청년 주택’ 운운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서민의 벼랑 끝 주거 현실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동산은 상대를 응징해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얻는 이념의 전쟁터가 아니다. 강남 부자의 세금을 뜯어낸다고 무주택 청년들의 전세 보증금이 채워지지 않는다. 961만 가구가 바라는 것은 가진 자의 몰락이 아니라, 당장 내일 편히 누울 거처와 내 집 마련의 소박한 희망이다. 집값을 잡은 것도, 서민을 구한 것도 아닌 엇나간 정책의 모순 속에서 평범한 이들의 주거 사다리만 사라진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누구를 벌했나’가 아니라 ‘누구를 구제했는가’로 평가돼야 한다. 이제는 시장을 거스르는 이념의 칼을 거두고, 소외된 이들이 스스로 사다리를 오를 수 있도록 공급과 금융의 숨통을 틔우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벼랑 끝 무주택 가구의 고통을 멈추고 기형적으로 꼬인 시장의 매듭을 푸는 유일한 출발점은 바로 거기다.
전태훤 부국장 겸 부동산유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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