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AI 공장 건설 돕겠다"… GPU 구매 지원

골드만삭스·블랙록·브룩필드·KKR 등 6개사 참여

빅테크 자금 조달 어려워지자 직접 금융 풀 조성

AI인프라, 대체투자 대상 됐지만 '순환금융' 우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베라 루빈 GPU.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베라 루빈 GPU.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엔비디아가 월가 큰손들과 손잡고 5000억달러(약 710조원) 이상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자금조달 플랫폼을 구축한다.

엔비디아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폴로글로벌·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자산운용·골드만삭스·KKR 등 6개 금융사와 개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엔비디아 생태계 전반의 AI 인프라 구축에 쓰일 대규모 전용 자금 풀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 금융사는 엔비디아 고객사에 유리한 금리로 자본 풀을 조성할 예정이며, 계약은 최종 합의가 필요한 상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우리의 시작은 칩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생산적이고 투자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 즉 'AI 공장'을 만드는 것을 돕고 있다"며 "AI에서 컴퓨트(전산 자원)는 곧 매출"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엔비디아의 풀스택 플랫폼은 이번 글로벌 구축의 중심에 독보적으로 자리하고 있다"며 "엔비디아 컴퓨트를 담보로 한 신용시장을 새로 만드는 기회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황 CEO는 CNBC 인터뷰에서 이번에 조성되는 자금이 모두 제3자 자본이라고 밝혔다. 6개 금융사가 자기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게 아니라 보험사·연기금 등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엔비디아 고객사에 대출·투자 형태로 공급하는 자금조달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향후 거래가 "높은 신용도"를 갖추게 될 것이며 주식에 과도하게 투자된 투자자들에게 부채 투자로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AI 인프라를 새로운 대체투자 자산으로 만드는 효과도 낳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주로 기업이 구매해 사용하는 장비였지만,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들이 참여함으로써 GPU와 데이터센터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적 자산'으로 평가받게 됐다. 엔비디아는 이를 기반으로 막대한 연기금·보험사·사모자본을 AI 인프라로 끌어들여 자금 병목을 해소하고 GPU 수요를 더욱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이런 대규모 인프라 자금조달은 통상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별로 세워진 별도 특수목적법인(SPV)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짜인다. 이 채권을 사모대출 기관이 인수해 보유하다가 이를 다시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쪼개 은행이나 기관투자자에 재매각하는 구조가 흔히 쓰인다.

이번 엔비디아·월가 협력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데이터센터 관련 ABS에 대해 위험보유 등 핵심 투자자 보호 규정을 면제한 것도 이런 자금 회전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구조가 '순환금융' 우려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그동안 AI 파트너사들의 부채 조달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자사 매출을 끌어올려 왔는데, 이런 거래 구조에 따른 사업 리스크가 금융권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AI 서비스 매출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할 경우, 레버리지를 통해 구축된 데이터센터와 GPU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그룹 자회사 SB에너지가 오하이오주에 짓는 10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캠퍼스에서 오픈AI가 향후 이를 임대할 수 있도록 최대 2500억달러(약 352조원)를 보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오픈AI의 엔비디아 칩 구매 자금 3500억달러(약 492조5000억원) 조달 방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메타·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급격히 늘리는 가운데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이들 하이퍼스케일러가 2026∼2028년 3조5000억달러(약 4925조원)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월가 대형 투자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자금을 대기 위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에도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 아랍에미리트 투자기구 MGX 등 3개사가 데이터센터 자금 공급을 위한 연합체를 만든 바 있다.

결국 이번 금융플랫폼은 AI 인프라의 자금 부족을 해소하고 GPU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엔비디아가 칩 공급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AI 인프라의 금융 생태계까지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막대한 자금이 AI 인프라로 유입되는 만큼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성이 투자 규모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금융권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I 인프라의 '금융화'가 산업 성장의 촉매가 될지, 아니면 과잉투자를 키우는 레버리지가 될지는 결국 AI가 얼마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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