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자신이 주도해 만든 이른바 ‘오세훈법’을 스스로 어겼다는 취지의 주장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기했다.

오 시장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입법을 주도했던 인물인 만큼, 이번 여론조사 비용 대납 혐의의 불법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서 오 시장이 2004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정치개혁3법 제정을 주도한 이력을 강조했다.

정치개혁3법은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개정으로, 당시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깨끗한 선거문화와 투명한 정치제도를 정착시키자는 취지에서 추진됐으며 오 시장의 이름을 따 ‘오세훈법’으로 불렸다.

초선 의원이었던 오 시장은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이 법안들의 입법을 주도했고, 이를 계기로 정치개혁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서울시장 5선에 이르는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검팀은 이런 이력을 근거로 오 시장이 정치자금 관련 법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소이유서에는 “소위 ‘오세훈법’을 주도한 인물이 공직선거법 규정을 잠탈한 범행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서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씨에게 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오 시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1심은 공소장에 적시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이 명씨에게 조사를 의뢰했고, 이 가운데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부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나머지 5건에 대해서는 오 시장이 직접 조사를 의뢰했거나 김씨가 비용을 대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항소이유서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5건에 대해서도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팀은 오 시장이 과거 주도했던 정치개혁3법에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자의 공무담임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해당 규정은 오세훈법을 통해 신설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 이미 취임하거나 임용된 경우에는 해당 직에서 퇴직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는 오 시장 외에도 강 전 서울시 부시장과 사업가 김씨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강 전 부시장은 벌금 300만원, 김씨는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오 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양호연 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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