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과 주한미군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도청을 시도하거나 대외비 정보를 빼돌리는 등 이적(利敵) 활동을 한 중국군 출신 인사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국내에서 전직 중국군 인사가 군사 정보를 노린 범죄로 적발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향후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일반이적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중국 국적 60대 A씨를 구속하고, 일반이적 및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조선족 B(45)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인 A씨는 지난 4월 한미 공군 전력이 배치된 전북 군산공항 인근 호텔에서 SDR(Software Defined Radio) 수신기와 안테나 등을 설치한 뒤 전투기와 관제탑 간 군 교신 내역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SDR 수신기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주파수를 수신할 수 있으며 라디오처럼 단방향 수신만 가능해 도청 대상이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
경찰은 A씨가 2024년 1월부터 관광비자로 수차례 입국했으며 이 입국 시기들이 한미 공군의 합동 군사훈련 일정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는 “항공기 교신을 듣는 것이 취미”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은 압수한 장비와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며 중국 당국으로의 정보 유출 여부 및 배후 세력을 추적 중이다.
함께 구속된 B씨 역시 인민해방군 출신이다. B씨는 주한미군 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K-6) 정문 인근에서 군장점을 운영하며 신분을 위장했다.
B씨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기지 내 근무 중인 한국인 여성 C씨를 포섭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 관련 자료, 인사 자료, 지휘부 동향 등 대외비 문서와 사진을 넘겨받은 혐의다. B씨는 K-6 내부의 무기 이동 상황을 직접 관찰·촬영하기도 했다.
B씨는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을 뿐”이라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범행의 치밀함으로 볼 때 진술의 신뢰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정보를 넘긴 C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하고 공범 여부를 계속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정 간첩죄 시행을 앞두고 외국 기관의 국내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수집된 정보가 해외로 유출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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