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행정적 부실’과 ‘의도적 조작’을 뒤섞는 음모론자들

결론 정해놓은 끼워맞추기, 자기분열적 모순에 빠져

선거관리 부실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주술정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민주주의 근간 파괴하며 자멸

정치가 증거보다 먼저 결론을 내릴 때,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선동이 된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국정조사 과정에서 시간대별 투표자 수 입력 오류나 사후 정정 같은 참담한 행정 부실이 드러났다. 선관위의 매서운 단죄와 책임자 처벌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 부실을 덜컥 ‘부정선거’와 ‘득표수 조작’으로 둔갑시켜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으려는 음모론자들의 광기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용기 있는 목소리를 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주진우 등 당내 유력 인사들이 음모론의 파도에 올라타 분노를 부채질하는 와중에, 윤 의원은 선관위의 행정 부실과 득표수 조작이라는 음모론 사이에 그어진 거대한 논리적 단절을 정확히 짚어냈다.

“투표자 수의 허위·오기입이나 전산 관리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특정 후보의 득표수를 바꾸거나 선거의 당락을 뒤집기 위한 조작이었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했다고 해서 후보별 득표수가 따라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둘 사이에 실제 인과관계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윤 의원의 지적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논리적이다. 인과관계의 기본에 충실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가진 논리적 허구성을 정면으로 타격한다.

투표 이후 개표 과정에는 수많은 감시자들 존재한다. 이들의 눈을 뚫고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경우는 전산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매수하여 득표 결과를 조작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현재의 개표 시스템은 이렇다. 개표소에서 사람이 직접 투표지를 확인하고, 개표상황표를 작성하며, 여야 참관인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본다.

투표율에 관한 전산 입력 오류가 있었다고 해서 실물 투표지와 개표상황표상의 득표수까지 조작됐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완벽한 논리적 비약이자 맹목적인 선동이다.

음모론자들의 논리적 문제점은 명확하다. 그들은 ‘증거에 기반한 추론’이 아니라 ‘결론을 정해놓은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다. 부실과 고의, 행정적 실수와 범죄적 조작을 의도적으로 뒤섞어버린다. 명확하게 다른 개념을 동일한 개념으로 선동한다. 실수와 고의의 차이를 알면서 뒤섞는다면 그 사람은 정말 악질이다.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할 저질 정치인이다.

윤 의원이 지적했듯, 만약 이들의 주장대로 전산 오류만으로 선거 결과 전체가 가짜가 된다면, 당장 그 제도 아래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회의원들도 전부 가짜라는 자기분열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심지어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는 망상에 빠져 세계사적으로 비웃음거리로 남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도 무효다.

음모론자들의 정치적 한계 또한 명확하다. 진실을 외면한 채 지지층의 분노에 편승하는 정치는 유통기한이 짧다. 윤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갇혀있는 사실이 증명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국민의힘이다. 그 근본 원인은 국민의힘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아무리 하락한다하여도 음모론이 지배하는 국민의힘은 결코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다.

국민의힘을 지배하는 음모론 속에서 용기있게 상식적인 주장을 펼친 윤 의원은 보수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윤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보수의 가치는 법치와 제도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합니다. 정치가 증거보다 먼저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분노에 편승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 아닙니다.”

얼마전 경남 통영시장 재검표에서도 증명되었듯, 수만 장의 종이를 밤새 일일이 다시 세었지만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던 조작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으면 증거를 은폐했다고 우기고, 재검표 결과가 나오면 그것조차 조작이라고 우기는 음모론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조사가 아니라 치료다.

장동혁 대표와 음모론에 부역하는 보수 정치인들은 윤 의원의 용기를 똑똑히 보아야 한다. 진실을 바로보고 국민에게 사실을 고하는 것이 정치인의 최소한의 책무다. 언제까지 유튜버들의 조회수 장사와 극렬 지지층의 망상극에 끌려다닐 것인가. 증거 없는 음모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들이 맞이할 미래는 국민과 역사로부터의 철저한 외면뿐이다. 제 아무리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다하여도 지금의 국민의힘으로는 결단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음모론에 맞서 용기를 내어 상식적인 발언을 한 윤 의원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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