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본국서 박해받은 사실 없어”

“경제적 사유로 난민 신청”

인천공항 [연합뉴스]
인천공항 [연합뉴스]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 톰 행크스처럼 공항이라는 공간에 갇혀 먹고 지내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온 10세 아동 A군과 그의 아버지도 난민 신청을 한 채 1년 넘게 지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로 부터 ‘심사 불회부’ 결정을 통보받은 뒤,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서 1년여 살고 있다. 불회부 결정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의 경우 1심에서 패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법무부장관에게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 체류 중인 난민신청 외국인 아동의 교육권과 발달권을 보장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A군의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인권위에 “난민 가족이 아무런 대안 없이 장기간 공항 내 출국대기실에 머물게 하는 것은 비인도적 처우이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받는 것”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또한 “A군은 교육권과 발달권이 전면적으로 침해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들이 국가로부터 비인도적 처우를 당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침해구제제2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출국대기실에 세탁·냉난방·샤워 시설 등이 갖춰져 있고, 환승구역 내 편의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온 이력도 확인된다는 것이다.

법무부 측도 인권위에 “A군 아버지는 본국에서 박해받은 사실이 없고 난민 신청 면담 과정에서 ‘아들을 한국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일자리를 찾아서 지원할 계획’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해자들의 난민 신청은 오로지 경제적인 사유이며, 명백한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법무부 측의 판단이다.

인권위의 판단 역시 이들이 본국으로 송환되더라도 생명·신체의 박해 또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자들이 1년 가까이 출국대기실에 체류하며 단조로운 식사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피해자들이 불이익을 겪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국가 권력이 이를 강제하거나 방치해 발생한 비인도적 결과라고 볼 수 없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다만, A군에 대해선 “아버지와 달리 자기 책임 없는 행위로 인한 불이익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동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출입국관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대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조치를 권고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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