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토큰 시총 273% 폭증
해외 장외플랫폼 중심 세 확대
필요성 알지만 법안논의 없어
당국 "단계적 로드맵 마련할것"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상장 주식과 채권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고파는 '정형증권 토큰화'(RWA)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 자본시장은 입법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채 글로벌 시장 흐름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RWA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세계 토큰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 4일 기준 25억1281만달러(약 3조4000억원)를 기록해 올해 초(6억7301만달러) 대비 273.37% 증가했다. 7개월여 만에 시장 규모가 4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이는 토큰화한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모두 포함한 규모로, RWA.xyz가 분류하는 13개 상품 중 올해 성장률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로빈후드 등 해외 장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테슬라, 엔비디아, 스페이스X 등 우량 주식과 주요 ETF를 토큰화해 실시간으로 매매하는 거래판이 가파르게 세를 넓힌 영향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 등 해외 제도권 거래소들이 기술 표준과 의결권 처리 기준 등을 두고 머뭇거리는 사이, 장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존 주식·채권 등 정형증권의 토큰화 거래판이 먼저 형성되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내년 2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법안과 금융당국의 세부 하위법규 논의 대상이 전적으로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특허권 등 기존 자본시장에서 유동화하기 어려웠던 '비정형 자산(조각투자)'의 발행 및 유통 체계에 국한돼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정형증권을 토큰화해 24시간 거래와 분산원장 결제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는 국회에 관련 법률안조차 상정되지 않은 '입법 제로' 상태다.
이로 인해 연내 개설을 목표로 하는 장외거래소(KDX·NXT)나 한국예탁결제원이 구축 중인 청산결제 인프라 역시 비정형 자산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전자증권 체계에 머물러 있으며, 정형증권 토큰화를 위한 블록체인 원장 전환 및 시스템 개편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도 정형증권 토큰화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민관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신종증권뿐 아니라 주식·채권·머니마켓펀드(MMF) 등 기존 정형증권의 토큰화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일시에 모든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시도는 기존 제도·인프라와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촘촘하게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형증권 토큰화가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넘어야 할 구조적 과제가 수두룩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정형증권 토큰화를 위한 법제화 논의가 국회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관련 법안 부재로 인해 예탁결제원과 거래소의 기존 중앙집중식 전산 장부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교체하는 인프라 전환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NYSE나 나스닥 등 해외 제도권 거래소조차 토큰화 기술 표준과 주주 의결권 처리 방식, 명의 관리 기준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단계여서 국내 당국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24시간 거래 체제 전환에 따른 시장 영향이나 투자자 보호 등 제도 도입 시 예상되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와 면밀한 사전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장외 시장을 중심으로 정형증권 토큰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는 법제화 부재와 인프라 미비, 글로벌 기술 표준 미정립, 24시간 거래 부작용 검토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단기간 내 도입이 어려운 구조"라며 "정형증권 토큰화 관련 논의와 인프라 검토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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